핵심 질문: 회고는 매번 통찰처럼 느껴지는데, 왜 같은 일이 반복될까?
2-4 회고의 기술 보론. 깔끔한 회고일수록 의심하라 — 사후확신과 한 주의 노이즈
금요일 저녁, 도현은 주간 회고를 적었습니다. 원글이 시킨 그대로, 자바카라하지 않고 학습 버전으로요.
예상보다 오래 걸린 일: 결제 모듈. 하루면 될 줄 알았는데 사흘 걸렸다.
화요일에 들어온 코드 리뷰 요청 때문에 반나절을 뺏긴 게 컸다.
다음엔 집중 기간에 리뷰 요청을 미루자.
깔끔했습니다. 원인이 분명했고, 대바카라도 나왔죠. 통찰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노트를 덮기 전, 도현은 우연히 3주 전 페이지를 봤습니다. 거기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결제 모듈, 하루면 충분."
하루면 충분하다던 일이 사흘 걸렸습니다. 그런데 금요일의 회고는 그 사실—처음부터 3배 저평가했다는 것—을 통째로 빼먹고, "리뷰 요청 때문"이라는 깔끔한 범인을 지목하고 있었습니다. 사흘 중 반나절만 리뷰 탓인데, 나머지 이틀 반은 어디 갔을까요? 사후확신이 그걸 지우고 이야기를 매끄럽게 다듬은 겁니다.
이 보론은 그 3주 전 페이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 회고는 돌아보면 배운다고 약속하지만, 돌아보는 행위 자체가 두 편향으로 왜곡된다. 그래서 회고가 통찰처럼 깔끔하게 느껴질수록 더 의심해야 한다.
결과를 알고 난 뒤에 과거를 보면, 원인이 뻔하고 필연처럼 보입니다. "그럴 줄 알았지." 심리학자 배럭 피쇼프는 이걸 사후확신 편향(hindsight bias), 혹은 '슬그머니 스며드는 결정론(creeping determinism)'이라 불렀습니다. 결과를 아는 순간, 뇌는 그 결과로 이어지는 깔끔한 인과 사슬을 자동으로 만들어내고, 자신이 원래부터 그걸 알았다고 믿습니다.
회고는 정확히 이 함정 위에서 작동합니다. 한 주가 끝나고(=결과를 알고) 돌아보니, "왜 늦었나"의 답이 술술 나옵니다. 그런데 그 술술 나오는 답이 문제예요. 매끄러운 인과 이야기는 통찰이 아니라 사후확신의 산물일 때가 많습니다. 도현의 "리뷰 요청 때문"이 그랬죠. 그럴듯하고, 깔끔하고, 한 명의 범인을 지목하고, 무엇보다 도현 자신의 저평가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사후확신은 늘 가장 편한 이야기를 고릅니다.
원글의 두 번째 질문—"예상보다 오래 걸린 일은?"—이 여기서 무너집니다. 이 질문은 내가 예상을 기억한다고 가정합니다. 그런데 적어두지 않은 예상은, 결과를 안 순간 결과에 맞게 다시 쓰입니다. "하루면 될 줄 알았다"는 기억은 사흘이 걸린 뒤엔 "사실 좀 오래 걸릴 줄 알았어"로 슬그머니 바뀌죠. 도현이 진실을 본 건 오직 3주 전에 적어둔 한 줄 덕분이었습니다. 기록이 없었다면, 그는 영영 자기 저평가 습관을 못 봤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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