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켜면
가장 먼저 불을 먹는 것은 바닥이다
기름 한 방울 둘러치고
생선 한 토막을 올릴 때
지글거리는 것은 살점인가
오래 눌어붙은 속이 들뜨는 소리인가
바닥이 긁히고 코팅이 벗겨지는 동안
식구들의 입맛은 순해져 갔다
기름은 늘 그녀 쪽으로만 튀었고
식탁은 매일 그녀의 손등을 먼저 먹었다
어느 날 홧김에 집어 든
둔탁한 쇠바닥은
누군가를 맞히려 한 무기가 아니라
손잡이를 놓는 순간의 침묵이었다
식탁이 입을 다문 주방,
찬물은 식은 쇠를 오래 두들겼고
끝내 남은 열까지 빼앗아 갔다
벽에 걸린 채
아직 식지 못한
검은 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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