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

by선비천사

불을 켜면


가장 먼저 불을 먹는 것은 바닥이다


기름 한 방울 둘러치고

생선 한 토막을 올릴 때

지글거리는 것은 살점인가

오래 눌어붙은 속이 들뜨는 소리인가


바닥이 긁히고 코팅이 벗겨지는 동안

식구들의 입맛은 순해져 갔다

기름은 늘 그녀 쪽으로만 튀었고

식탁은 매일 그녀의 손등을 먼저 먹었다


어느 날 홧김에 집어 든

둔탁한 쇠바닥은

누군가를 맞히려 한 무기가 아니라

손잡이를 놓는 순간의 침묵이었다


식탁이 입을 다문 주방,

찬물은 식은 쇠를 오래 두들겼고

끝내 남은 열까지 빼앗아 갔다


벽에 걸린 채

아직 식지 못한

검은 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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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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