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오면 우리는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낡은 허물을 벗어던질 때,
나뭇잎 뒤에서 퍼지는 초록의 울음소리.
말씀이 고이던 태초에도
아이는 나무 아래 서서
첫울음을 기다렸을 것이다.
매미는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는데
그 울음만은 거대하여
먼지 쌓인 도시의 뼈대를 흔들고
땀 흘리는 여름 한 철을 통째로 깨운다.
그 작은 몸 어디에
여름 하나가 온전히 숨어 있었을까.
콘크리트 벽을 타고 올라 골목 끝까지 번지는,
내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서늘하게 쓸어내린다.
베란다 창문에 부딪혀
오후의 햇빛 속으로 흩어지는 저 소리들.
우리는 자꾸만 삶에 금을 긋고 싶어 한다.
멈춰 선 신호등 아래
헛도는 바퀴 하나.
우리는 제 몸을 가둔
이 얇은 허물들을 깨뜨리고 싶은 것이다.
갈라진 껍질 속에서 젖은 날개를 펴듯
삶이 또 다른 허물을 씌워도,
기어이 다시 벗어던지며.
울지 않는 매미가 어디 있으랴.
아무도 듣지 않는 목소리는 있을지언정,
네 마음에 닿지 못해
뙤약볕 아래 온몸을 부르르 떨며 우는 것을.
소리는 이 땅 가장 높은 곳에 걸려
마지막 깃발처럼 흔들리고 있다.
누구도 타인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 시대,
태풍이 휩쓸고 간 쓸쓸한 고요 속에서
매미는 비로소 울음을 그치고
다만 가만히, 눈을 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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