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검사를 기다리던 4교시,
차라리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나길 빌던
소년의 손바닥은 축축했다.
매를 맞던 분침은 녹슨 차바퀴처럼 무거웠고
받아쓰기 백 점을 맞은 날의 해는 빨리 졌다.
머리맡에 새 운동화를 누여 두고 잠들던 밤.
봄 소풍과 가을 운동회 아침이 오면
대문 앞에는 먹구름이 먼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동네 잔칫날, 잔디밭 천막 위로
끝내 장대비가 멍석을 적실 때,
그날 이후 소년은 맑은
하늘 아래서도 쉽게 마음을 놓지 않았다.
손꼽아 기다린 날일수록 소나기는 더 오래 내려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평생을 고대하던 날들은 모두 물에 불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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