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by선비천사

서걱,

질긴 억새를 치고 나갈 때마다

비린 녹즙이 얼굴로 튄다.


여름 내 우거져 봉분을 덮은 것들은

내 안에 눌러앉아 자란

그늘진 무성함인가.


낫이 지날 때마다

묻혀 있던 둥근 이마가 드러나고,

날 끝에 스친 풀잎마다

막혔던 숨이 하나씩 트인다.


낫을 거두고 산자락 그늘에 앉는다.

어깨에 들러붙은 땀과

자잘한 풀싹을 털어내는 동안,


드러난 절단면을 따라

서늘한 바람 한 줄기 지나간다.


언덕을 내려오는 길,

등 뒤의 묘역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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