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판(共鳴板)

by선비천사

내가 살아가는 법은

식탁 위에 아주 작은 허기를 얹어두고

사랑과 미움이 같은 궤적으로 휘두르는

회초리의 긴 그림자를 온몸의 결로 받아내는 일이다


어찌 됐든 내 숨의 지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몫을 덜어 갖는 일처럼 여겨져

매를 맞는 동안에도 어느새

내 잘못을 먼저 헤아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들은 귀신같이 내 내밀한 급소를 짚어낸다

가장 무르고 연한 살점을 찾아내어

거침없이 후려치는 그 손은

망설임을 모른다


맞아본 뼈들은 안다, 맞으면 맞을수록

맞은 자리에 또 매가 닿을수록

통증은 제 몸집을 불려

뼛속 깊은 곳에서 오래 공명한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상처보다 내 표정을 먼저 추스르며 웃어주는 일

참다 참다 비명이 목뼈까지 차오르면

그것을 가까스로 깨물어 삼키는 일이다


기이한 일이지, 사람들은 나의 이 비명을

가장 오래 남는 가락이라 부른다

입술 끝 하나 떨지 않고 징처럼 퍼렇게 피멍이 든

이 가슴의 울림에 귀를 기울인다


만 권의 바카라을 짓눌러 만든 시린 공명판,

그 위에서 부서진 삶의 신음소리를

사람들은 참 들을 만한 노래라 한다


박수는 오래 이어지고

내 비명은 그보다 먼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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