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언어의 하중

by선비천사

기울어진 세월이 마침내 인적을 지운다


산골의 흙벽은

이미 무너짐을 잉태하고 있어

허공에 들린 두 개의 버팀목만이

벽의 함몰을 가까스로 미루고 있을 뿐이다


와글거리는 개구리울음이 은하수의 아랫배를 핥는 밤,

풀비린내와 마른 매실 향이

흙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동안

산까치와 뻐꾸기는

지붕의 하중을 잠시 날개에 얹어 갔다


주춧돌의 마른 목을 축이던 옹달샘과

웅크린 터를 가볍게 쓸어내리던 구름장의 위로가

바람의 울력으로 지나간 자리


누군가 갓 꺾은 고사리 줄기처럼 연약한 고백,

"너를 사랑해"라는 무방비한 다정함이

벽면에 부딪치던 찰나


오래도록 단단하게 고독을 버텨내던 빈집은

그 가벼운 언어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와르르, 가슴부터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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