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질의 영토

by선비천사

혀를 잃은 자들이 역사를 쓰고 있었다

사내의 입술은 칼을 길들인 숫돌 같아서

어떤 고백으로도 제 안의 칼날을 무디게 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른침을 삼킬 때마다

목덜미에 돋아나는 붉은 소름을 그는 숨기지 못했다

질문을 삼킨 광장마다 수천 개의 이정표가 돋아날 때

그는 기울어지는 지평선의 목을 끝내 놓치지 않았다 부러진 신념들이 그의 발치에서

재가 될 권리마저 서로 다투는 동안,

사내를 연호하는 자들은

저마다 제 눈을 뽑아 그의 가짜 왕관에 박아 넣었다

하늘은 먹먹하게 내려앉고

대지는 침묵의 내장을 드러내지만

우겨대며 다져진 사내의 영토는

대리석보다 단단한 각질이 되어 세상을 덮었다

억지가 풍경이 되고, 가짜가 피를 돌게 하는 방

사내는 거울 속 제 얼굴의 매듭을 더 단단히 조인다

완벽한 진실이 완성되었다고 믿는 순간,

닫힌 문틈으로

오래전 묻어둔 발목들이

먼저 하얗게 걸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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