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도라의 상자
상자 위에 올라선 발들이
체중을 실어 억누를 때마다
나무판자 틈으로
검은 이빨이 비집고 나왔다.
아무리 상자를 짓밟아도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사나운 숨소리.
마침내
경첩이 비명을 지르며 꺾일 때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비명이
짓무른 상처를 달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햇빛 아래 드러난 상처를 보면서도
어떤 이들은 눈을 가린 채
비명은 들린 적 없다고 우겼다.
그러나 텅 빈 상자 바닥엔
짓눌린 흙먼지 아래
아직 식지 않은 온기 하나가
숨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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