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의 숨

— 판도라의 상자

by선비천사

상자 위에 올라선 발들이

체중을 실어 억누를 때마다

나무판자 틈으로

검은 이빨이 비집고 나왔다.


아무리 상자를 짓밟아도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사나운 숨소리.


마침내

경첩이 비명을 지르며 꺾일 때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비명이

짓무른 상처를 달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햇빛 아래 드러난 상처를 보면서도

어떤 이들은 눈을 가린 채

비명은 들린 적 없다고 우겼다.


그러나 텅 빈 상자 바닥엔

짓눌린 흙먼지 아래

아직 식지 않은 온기 하나가

숨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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