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없는데, 왜 들어가지 못할까

by선비천사

돌기둥 두 개,

문 없는 문.

한 걸음 건너갔을 뿐인데 세상의 소음이 뚝 끊긴다.


보이는 것에만 닳아버린 눈이

돌멩이 위에 잠시 멈춘다.

기댈 곳이 생기자

틈이 먼저 열린다.


휘어진 돌계단이 무릎을 꺾어 누르고

욕망에 밀려 솟은 등뼈를

낮은 처마 아래로 밀어 넣는다.


이끼 낀 외나무다리 위에서

제 그림자를 물속에 떨어뜨린 사람들이

텅 빈 대웅전 마당을 돈다.

비우러 왔으나 무엇을 비울지 몰라

빈 손바닥만 만지작거린다.


수행자의 감은 눈 속으로

햇살이 깊이 스며들고,

번뇌를 뚫고 올라온 잡초들이

기와지붕 위에서 제멋대로 흔들린다.


누가 나를 막아선 적 없는데

발길은 차마 문턱을 넘지 못한다.

허리가 꺾인 소나무가

바람 한 자락에 몸을 맡긴 채

아무 말 없이 산 그림자를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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