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옥은 누군가에게 먼지였다

- 오랫동안 숨겨온 죄는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by선비천사

죄를 입속에 넣고 굴릴 때마다

혀끝에서는 비릿한 쇠 냄새가 났다

그것은 내 안에서 성물처럼 굳어갔다

들키는 순간 목을 타고 내려갈 독이라 믿으며

서른두 해 동안 다문 입술은 나의 유일한 성벽이었다


가장 두꺼운 외투 아래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문장을 배양했다

침묵의 밀도를 높이며

손끝으로 확인하는 부풀어 오른 고립

나는 그 돌출된 공포를 만지며 안심했다


작정하고 성벽을 허문 날

광장으로 나가 치부를 발설했을 때

누군가 내 등을 슬쩍 훑고는

먼지나 털어내라는 듯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저 낡은 흉터네, 누구나 하나쯤은 있는."


그 한마디에 나의 신화는 붕괴되었다

나를 지탱하던 거대한 괴물이

고작 일상의 먼지로 휘발되는 순간

나는 죄의 주인이 아니라

유효기간이 지난 농담의 화자가 되었다


가장 잔인한 형벌은 투옥이 아니라

감옥 문을 열어둔 채 아무도 지키지 않는 것

아무도 나의 비밀을 수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방치된 시신처럼 나를 부패시킨다


나는 이제

아무도 호출하지 않는 이름으로

계속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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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신 그늘은 누군가의 땀방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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