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랑스계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 은행이 한국에 진출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올 초부터 마음 한편에는 한국 진출 50주년 행사를 어떻게 기획하고 치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연초부터 최고경영진과의 회의가 이어졌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사를 기획하기 위해 콘셉트를 잡고, 프랑스 본점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임원들의 일정을 확인하며 행사 날짜를 정하기까지 수많은 소통을 거쳤다.
함께 일하는 TF팀과 잠재적인 행사 장소를 찾아다니며 회사가 생각하는 날짜와 예산, 행사의 방향과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했다. 회의하고, 보고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1월 초에 시작했을 때만 해도 9월의 행사는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자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준비 과정에서 TF팀의 한 구성원이 다른 부서로 전출을 가기도 했고, 행사 2주 전에는 예상치 못하게 본점 최고임원의 방한 일정까지 정해졌다. 잠시 준비하던 행사를 내려놓고 새로운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도 있었다.
야근과 새벽 출근이 이어졌다. 컴퓨터를 이고 지고 집으로 돌아와 주말에도 일을 했다. 그런 나를 가족들은 묵묵히 바라봐 주었고, 기꺼이 받아주었다.
그럼에도 첫째의 9월 수시 원서 접수만큼은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바쁜 와중에도 오후 휴가를 내어 아이의 입시 상담을 위해 학교로 향했다.
고3이 되고 나서 선생님을 한 번도 찾아뵌 적이 없었다. 막상 입시를 앞두고서야 선생님과 아이를 마주하게 되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첫째는 고3 모의고사가 끝날 때마다 눈물을 보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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