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세 아이의 육아에 한참 도움이 필요했던 시절, 한발짝 뒤로 물러서 있던 남편이 나는 참 원망스러웠다. 나의 서운함과 원망은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들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주 양육자였던 나는 아빠보다 아이들과 훨씬 많은 시간을 보냈고, 더 많이 대화했다. 자연스럽게 나와 아이들의 유대관계는 단단해졌고, 그만큼 특히 첫째에게는 아빠에 대한 선입견도 생겨나고 있었다.
첫째가 초등학교 3~4학년쯤 이런 말을 했을 때였다.
속으로는 뜨끔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집안에 든든한 내 편이 있구나’ 싶어 은근히 뿌듯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아이가 내 편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 감정들이 한창 커져갈 때, 우리가 식당에 가면 조금 우스운 풍경이 펼쳐지곤 했다. 나와 아이들은 식탁 한쪽에 앉고, 남편 혼자 맞은편에 앉았다. 뻘쭘해진 남편이 아이들을 불렀다.
“첫째야, 이리 와. 아빠랑 같이 앉아.”
“싫어요. 엄마랑 같이 앉고 싶어요.”
“그럼 둘째가 올래?”
“아니, 나도 엄마 옆에 있고 싶은데.”
그때는 그저 웃으며 넘겼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웃음 뒤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아빠에 대한 마음을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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