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근무하시던 인도네시아로 우리 가족은 이주하게 되었다.
열네 살 사춘기 소녀에게 처음 가보는 외국은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어디를 가도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인도네시아어가 들렸고, 피부색과 눈동자 색이 다른 사람들이 오갔다. 한글 대신 생소한 알파벳이 적힌 간판들, 푹푹 찌는 더위와 동남아시아 특유의 형용하기 어려운 냄새, 그리고 낯선 음식들. 인도네시아의 첫인상은 그렇게 '낯섦'이었다.
아버지의 사업이 자리를 잡는 동안 부모님은 홀로 인도네시아에 나와 있던 한국 주재원들을 위해 하숙집을 운영하셨다. 엄마는 우리 가족은 물론 하숙생들에게도 따뜻한 집밥을 대접하기 위해 늘 정성을 다하셨다. 최대한 고국의 맛을 내려고 애쓰셨고, 한 끼 한 끼를 정갈하게 차려내셨다.
하지만 한동안 나에게 식사 시간은 괴로운 시간이었다. 한창 먹을 나이였지만 밥 먹는 일이 고역이었다. 특유의 냄새가 나는 안남미와 찰기 없는 밥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 쌀로 만든 국수도 냄새가 난다며 질색했다. 식사 전에 빵으로 배를 채우거나, 식탁에 앉아도 반찬만 겨우 집어 먹었다. 얼굴에는 '이 밥이 정말 싫어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모양이다. 결국 나는 아버지께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났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새 안남미도 자연스럽게 먹게 되었다.
인도네시아로 떠나기 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갓 지은 따뜻한 밥과 소박한 반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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