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에게 무얼 원하니?

HA...

by석은별

현실은 평온한데 며칠째 마음속 세상은 시끄러웠다.

일부러 자리를 잡고 앉아 자유연상을 시작했다. 내면 속 세상을 직접 들여다보기 위해.


호흡이 이어지는데 평소답지 않았다.

얕고 짧은 호흡.

길게 내뱉는 한숨.

긴장된 어깨.

눈을 뜨고 싶은 충동.

귀 안인지 밖인지 모르는 소리의 정체.


그동안 글을 쓰며 내면의 아이들과 만났고, 나도 모르게 어떤 기대를 품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외면했던 자아들을 하나씩 마주하면서 흐릿했던 기억이 선명해지는 고통을 느꼈다. 때로는 내가 고통에 중독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아픔 속으로 자진해서 파고드는 내 모습이 기이하게 느껴져, 잠시 펜을 내려놓기도 했다.


어느 누구도 내 마음속 세상에 들어올 수 없다.


심지어 나조차도 이 마음속 세상을 그 누구에게 온전히 설명할 수가 없다.


나는 그저 시커멓고 낡은 문 앞에 서서 온 감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이다.

저 문을 열고 무엇이 걸어 나올지 도무지 예상할 수 없기에.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숨 쉬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르며, 그저 그 시커먼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문 너머의 존재에게 'HA'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하...

한숨의 첫 소절이자, 당황스럽고 막막할 때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탄식의 첫 음절.


"HA, 너는 도대체 나에게 무얼 원하니?

나는 아직도 너를 볼 준비가 안 된 걸까?

내가 무얼 준비해야 너를 만날 수 있는 거지?"


"………"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그 속에 있는 무언가가, 알 수 없는 감정을 끌어안은 채 홀로 씨름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오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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