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글쓰기의 정석>
글쓰기라는 길 뒤에 도사린 그림자
글을 쓰기 시작한 뒤 많은 것이 변했다.
내가 쓴 글들이 모여 바카라이 되었으며, 바카라은 생각이 되어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나에게 큰 위안이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되니 참 좋다. 더불어, 글과는 연계가 없던 나도 글을 쓰니 이제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하는 것도 나름의 뿌듯함이다. 그 밖에도 더 많은 것들을 글쓰기를 통해 얻고 있지만, 일장 나열해 봤자 예측 가능한 수준이고 어찌 되었건 글을 써서 좋은 점이 많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니 더 이상 이어나가지 않아도 되겠단 생각이다.
문제는, 이 세상 모든 일들에는 명과 암이 있다는 것이다.
밝기만 한, 기쁘기만 한 일은 없으며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들뜬 마음 저변에는 무거운 마음도 존재한다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고 바카라이 되고, 강연을 하고 생각을 나누는 일들 뒤에는 수많은 어두움이 도사리고 있다. 그림자는 검은색으로 그 농도를 측정할 순 없지만, 흐린 날의 그림자와 햇빛 쨍쨍한 날의 그림자는 확연히 구분된다. 맑고 밝은 날의 그림자가 더 어둡다는 건 누구라도 아는데, 날씨 좋은 날 우리는 그림자의 어두움을, 아니 그 존재 자체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마냥 행복하던 그 길엔 가끔 찬물이 끼얹어진다. 나의 선의와 의도는 온데간데없고, 누군가의 재단에 내 글과 의미는 난도질당하여 이리저리 흩어진다. 그 흩어진 조각들은 갖가지 오해와 억측을 낳고, 누군가는 그 조각을 내 목에 들이댄다. 아예 모르는 사람이 그러하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그 조각을 들고 주섬주섬 다가오는 그 손들이 어디서 본 듯한 것들이라 마음은 영 어둡고 텁텁하다. 돌이켜보니, 그러한 슬픔은 다음과 같을 때 온다는 걸 느낀다.
내가 아무리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표현한다 하더라도, 누군가 그것을 추하고 하찮은 것으로 본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글은 이미 내 머리와 손을 통해 떠나갔으니, 그것을 읽고 받아들이고 떠올리는 것은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물론, 더 무서운 건 읽어보지도 않고 그것을 결정 내려 버리는 사람들이다. 내 글의 조각만을 챙겨 날카로운 부분으로 나를 겨눈다. 그 조각에 내 바람과 의도, 의미가 다 담길 리 없다. 그것은 글이 아니다. 몇 단어의 조합이며, 완전치 않은 문장의 미완성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 조각을 든 사람에게는 해석인 것이다. 그러니 그 해석으로 네 의도는 잘못되었다고 한다면 나는 변명보다는 침묵을 택해야 한다. 그것에 대해 더 말해봤자, 조각을 가지고 전체를 논할 순 없기 때문이다. 침묵은 가장 슬기로운 대응이지만, 조각조각이 모여 그 의미가 완성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형벌의 시간과도 같은 고통과 인내가 뒤따른다.
나는 내 글을 산산조각 내어 들이미는 사람들을 욕하지 않는다.
다만, 적어도 읽어 보고 그 의도를 이해하려 한 번이라도 노력해봤으면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니, 그보다는 언젠가 내 글의 의미를 깨닫고 알아줄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는 걸 확신하며 나아가려 한다. 그게 내 침묵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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