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요즘 세상에도 낭만이 있을까.
'낭만'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찰나의 감정 상태를 말한다. 대개의 낭만은 현실엔 없다. 낭만이 있는 곳은 기억이나 추억 속, 또는 내가 아닌 타인에서 바라보는 시야나 그들이 찍은 사진 속에 있다.
나는 낭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엔 조금, 그것에 대한 갈망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낭만과 먹고사는 것의 힘겨루기 가운데에서 나는 늘 방황했다. 낭만을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단, 그렇다. 아무래도 먹고서는 것과의 충돌이, 낭만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사실 그 자체가 싫었는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다는 게 그런 건가 싶기도 했고.
얼마 전 어느 프로에서 한 대학생의 고민을 보았다.
자신은 낭만 없이, 좋은데 취업하느라 공부만 하고 있다고. 이게 맞는 삶인지 모르겠다고. 삶이 꽤 무기력하다고. 그러자 한 패널이 그에 대한 답을 했다. 공부를 안 하는 게 무기력한 거라고. 낭만이랍시고 술 마시고 놀고먹는 사람들이 나중엔 학생 밑에 와있을 거라고. 나에게 있어 이 대답은 뭐랄까... 약 80점에 해당하는 코멘트였는데... 거기에 달린 댓글 하나를 보고 나는 100점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 나이에 공부 열심히 하는 것도 낭만이에요."
때로, 큰 깨달음이 일면 마음속에서 유레카를 외친다던가, 아니면 해당 문장이나 말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 때가 있다. 그 나이에 공부 열심히 하는 것도 낭만이라는 말이, 하루 종일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나에겐 무엇이 낭만일까.
이 나이엔 낭만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주변 모든 것이 낭만적으로 보였다.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회사생활, 집에 오면 공부하느라 바쁜 수험생 아이들과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는 아내. 이젠 몸이 불편하시어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니, 가끔 잘 맞아 원하는 곳으로 멀리 뻗어나가는 공과 초록빛의 골프 필드. 쫓기듯 살고, 남들 못 따라가 안달이라 생각했던 것들에도 낭만이 묻어 있다는 걸,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낭만은 꼭 치사량에까지 도달할 필요가 없다.
사금을 채취하는 사람들은 패닝, 슬루이스 등을 통해 금을 찾아낸다. 찾아낸 금은 먼지만큼의 것일지 모른다. 일상에서 낭만을 찾아내는 것도 그러할지 모르지만, 금은 금이고 낭만은 낭만이다. 낭만이 밥을 먹여주진 않겠지만, 낭만을 믿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야를 가지게 된다면 밥 이상의 것들을 향유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지금의 내 나이에, 낭만인지 모르고 지나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봐야겠다.
그러면 팍팍한 하루가, 조금은 더 낭만적일 수 있지 않을까.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