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락방 창문에 있었다

by소선
7화. 너는 다락방 창문에 있었다.png




저녁은 끝까지 따뜻해지지 못한 국 한 그릇처럼 식탁 위에 남아 있었다. 소선은 숟가락을 내려놓고도 한동안 접시 가장자리의 물기를 손끝으로 훑었다. 식기 건조대 쪽에서 스테인리스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났고, 그 소리는 부엌 타일의 차가운 윤곽을 따라 미끄러지듯 퍼졌다. 서현은 밥을 다 먹지 않았다. 젓가락 끝으로 밥알을 모아 한쪽으로 밀어 두고, 물컵을 잡았다가 놓았다. 컵 바닥이 유리 상판에 닿는 순간 ‘딱’ 하고 얇은 울림이 났다.


서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으며 뒤로 밀렸고, 소선은 반사적으로 발끝에 힘을 줘 소리를 줄이려는 듯 자세를 고쳐 앉았다. 말이 나오기 전에 먼저 목이 건조해졌다. 소선은 식탁 위의 작은 얼룩을 닦는 척하며 서현이 걸어가는 방향을 보지 않았다. 문 쪽으로 향하는 발소리만 따라갔다. 양말이 장판을 스치는 소리, 방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금속의 얇은 소리. 그다음, 창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텅.’


금속이 금속을 긁는 듯한 마찰음이 복도를 타고 길게 남았다. 소선은 젖은 행주를 쥔 손을 멈췄다. 물이 행주 끝에서 똑, 떨어져 싱크대 바닥을 때렸다. 서현이 창문을 닫는 방식은 늘 일정했다. 힘을 주지 않아도 되는 곳에, 굳이 힘을 쓰는 듯한. 그 소리엔 바깥공기를 끊어내는 냉정함이 있었다. 그게 복도에 울리고 나면, 집 안의 공기는 조금 더 무거워졌다.


소선은 수돗물을 약하게 틀었다. 물줄기는 소리를 낮추며 흐르다가, 다시 끊겼다. 거실 조명 아래에 서서 복도 끝을 바라보았다. 서현의 방문은 닫혀 있었다. 문틈에서 빛이 새어 나오지 않았다. 창문이 닫혔으니 커튼도 닫혀 있을 테고, 방 안은 더 어두워졌을 것이다. 소선은 그 어둠을 머릿속에서 더듬다가, 자신도 모르게 창문 쪽을 떠올렸다. ‘창문’이라는 단어가 입안에 닿는 순간, 먼지의 냄새가 코끝에 걸렸다. 말끔한 거실 공기 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마른 천과 오래된 나무 냄새.


그 냄새는 어느 틈에 이미 다락방의 공기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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