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냄새, 그날 아침

by소선
6화. 도시락 냄새, 그날 아침.png




현관 앞 복도에서 오래 서 있었던 어깨가 아직도 뻐근했다. 밤새 문에 기대었던 셔츠의 섬유가 등뼈를 따라 납작하게 눌려 있는 느낌이 남아 있었다. 소선은 아침에 그 흔적을 떼어내지 못한 채 출근했고, 퇴근해 돌아온 집에서도 같은 곳을 한 번 더 힐끗 봤다. 서현의 방문 아래로 새어 나오던 얇은 빛은 낮 동안 꺼져 있었다가, 저녁이 되자 다시 켜졌다. 문은 닫혀 있었고, 문틈의 빛은 바닥에 길게 눕지 못한 채 짧게 끊겼다.


부엌 쪽은 어둑했다. 조리대 위 스테인리스가 창문 밖 가로등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였다. 싱크대에는 아침에 씻어 놓고 간 컵이 그대로였고, 바닥에는 눌어붙은 물자국이 얇게 남아 있었다. 소선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가, 아무것도 꺼내지 않고 손을 거두었다. 오늘은 자신이 뭘 준비했는지조차 머릿속에서 잘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손이 먼저 움직였다. 싱크대 옆에 얹힌, 납작한 도시락 가방을 잡아당겼다.


가방 손잡이는 하루 종일 누군가의 바카라상 아래에 있었던 것처럼 축축했다. 지퍼를 내리자 안쪽에서 눅눅한 김의 냄새가 먼저 새어 나왔다. 마른 김이 아니라, 따뜻함을 잃은 뒤 봉지 속 습기를 잔뜩 먹은 김. 표면이 얇게 붙어 있는 그 감각이 냄새로 먼저 와 닿았다. 소선은 도시락 통을 꺼냈다. 스테인리스 표면에 손바닥이 닿는 순간 차가움이 손금 사이로 번졌다. 금속은 집 안의 온도를 그대로 들고 있었다.


뚜껑을 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딱’ 하고 걸쇠가 풀리면서 내부의 공기가 한 번에 밖으로 밀려 나왔다. 시큼한 볶음김치 냄새가 훅 끼쳤다. 익숙한 냄새였다. 누군가의 집 점심시간처럼, 다 먹지 못한 반찬이 통 안에서 식어가는 냄새. 그 사이로 밥의 단내가 얇게 섞여 있었다. 따뜻할 때는 잘 느껴지지 않던 단내가 식고 나면 이상하게 더 선명해지는 것처럼.


안에는 밥이 거의 그대로였다. 밥알이 반찬 국물과 섞여 한쪽으로 눌어붙어 있었고, 계란말이는 두 조각이 겹친 채 가장자리만 조금 뜯겨 나갔다. 볶음김치는 젓가락이 한 번 지나간 자리만 남아 얕게 뒤집혀 있었다. 소선은 도시락 통 안쪽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남아 있는 빈자리를 같이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비워진 건 음식이 아니라, 손이 오갔던 시간의 일부 같은 것.

거실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서현의 방 쪽이 아니라, 소파 근처에서 나는 소리였다. 리모컨이 테이블 위에서 굴러가는 소리, 혹은 휴대폰이 진동하는 소리. 어떤 소리든 집 안에서 나는 소리는 이 시간대에 과하게 또렷해졌다. 소선은 부엌에서 크게 숨을 쉬지 않으려 입술을 다물었다. 도시락 통을 싱크대 안으로 옮기며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를 줄이려고 손목에 힘을 주었다.


음식물 쓰레기통의 뚜껑을 열자, 내부에서 올라오는 눅진한 온기와 함께 여러 냄새가 겹쳐졌다. 소선은 도시락 안의 밥과 반찬을 한 번에 쏟아냈다. 덩어리가 ‘툭’ 하고 떨어질 때 통의 바닥이 가볍게 울렸다. 김치가 비닐에 스치는 소리가 났고, 계란말이가 다른 음식물과 부딪혀 눌렸다. 뚜껑을 닫는 동안에도 시큼한 냄새가 콧등에 남아 떨어지지 않았다. 손끝에 금속 냉기가 남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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