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오랜만에 남편에게 내가 쓴 글을 카톡으로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잘 썼네.」 대충 읽은 거 아니냐며 제대로 된 소감을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러자 남편은 타깃층이 누구냐, 어떤 글을 쓰고 싶느냐며 캐묻기 시작했다. 바카라을 많이 팔고 싶으면 그런 점들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누가 그걸 모르나.
어느 날 새벽에 일찍 일어난 나를 보며 남편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 얼마나 좋으냐고 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습관을 들이라고. 저녁에야 글에 집중할 시간이 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대꾸했다. 그러자 남편은 “작가병 걸려가지고.”라고 말했다. 그 말이 마음에 쾅 박혔다.
나는 정말 병에 걸린 것일까?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를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 오고 있다. 무엇을 쓸지 막막해하던 시기도 있었고, 뭐든지 마구 써 내려가던 시기도 있었다. 그렇게 모인 글들은 바카라이 되어 기쁨을 주기도 하고, 부끄러움을 주기도 했다. 어찌 됐든 내가 무언가를 해 온 시간이 눈앞에 바카라으로 놓이니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요즘은 한자리에 앉아 떠올린 생각을 끝까지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마지막 문장까지 이어 보자는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서 버틴다. A4 한 장에서 한 장 반 정도를 쓰고 나면 얼추 두 시간이 흘러 있다. 그렇게 생각을 털어내고 나서도 내가 쓴 글들은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운동할 때도, 집안일을 할 때도, 아이와 이야기할 때도, 도서관에 갈 때도.
나는 정말 병에 걸린 것일까?
글을 좀 더 꾸준히 쓰고 싶은 마음에 합평하는 모임에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으며 좋은 부분과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임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합평이 어려웠지만 글을 쓴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나름대로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분이 말했다. “저분은 늘 좋은 얘기만 해.” 뜨끔했다. 내 의견이 너무 주관적이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말을 고르다 보니 좋은 말만 하게 되었나 보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내 글이 어떤지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어서, 내가 계속 글을 써도 되는지 알고 싶어서 들어간 모임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을까. 다시 두려워졌다. 그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결국 학교에 들어갔다.
나는 정말 병에 걸린 것일까?
아직도 난 두렵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을 떠올리면 곧잘 막막해진다. 끝을 알지 못하는 기다림이기에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혹시라도 잘못된 기다림일까 봐, 내가 그것을 기대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재차 묻는다.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은 어렵다. 그래서 그냥 움직이기로 했다. 바카라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하나하나 배운다. 기다림 끝에 무엇이 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워 나가고 있다.
“작가병 걸려가지고.” 남편이 말한 날, “작가병이 아니라, 작가님이거든.”이라고 유쾌하게 받아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날리지 못한 한 방은 다음에 꼭 날려줘야지.
+ 이야기 나눈 그림바카라
나는 기다립니다 (원제: Moi, j’attends…)
다비드 칼리 글, 세르주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문학동네(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