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워지기 위해, 자유로워져야 할 것

도대체 자유란 무엇일까?

by수키

혼자 외출을 한 날이면 아이한테 어김없이 연락이 온다. “엄마, 할 게 없어. 심심해.” 이 말의 시작은 게임을 하고 싶다는 신호다. 할 일을 다 마치면 게임을 해도 좋다고 외출 전 미리 일러두었건만, 아이는 굳이 전화를 걸어 한번 더 확인을 한다. 게임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는데도 아이는 매번 나의 허락을 구한다. 그런 모습에서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등교 전, 옷장에서 옷을 고를 때면 나는 이 옷 저 옷을 고르면서 엄마에게 내가 고른 옷을 입어도 되느냐고 묻곤 했다. 그럴 때면 엄마는 ‘마음대로’하라고 했다. 하지만 난 늘 엄마에게 묻기를 좋아했다. 왜 그랬을까. 나는 왜 그토록 엄마의 확인을 받고 싶어 했을까.


그림바카라 《호랑이를 타다》에서 호랑이는 ‘자유’를 의미한다. 바카라 속 사람들은 자신들의 앞에 놓인 두 가지 상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지만, 오직 ‘한 사람’만이 호랑이를 선택한다. 그림바카라 후반부에서 사람들은 그가 자유를 선택했다는 말을 듣고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느냐며 묻는다. 그들과 다른 선택을 한 그 사람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다시 어릴 적 이야기로 돌아가서 내가 엄마한테 그렇게 끊임없이 물었던 이유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 감정의 끝에는 ‘편안함’이 있었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엄마에게 허락을 받으면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아이가 매번 나에게 게임을 해도 되느냐고 묻는 이유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선택에 따르는 불안을 잠재우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어쩌면 내가 계속해서 ‘자유’에 대해 집착하는 이유도 스스로 불안함을 감당할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꿈속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된 적이 있다. 늘 가던 마트의 문턱이 높고 공간이 좁아 들어갈 수 없었다. 혼자 할 수 있던 것들을 내 의지대로 하지 못하게 되자 나는 마트 앞에서 펑펑 울었다.


그렇다면 자유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인 걸 의미하는 것일까. 도대체 ‘자유’가 무엇인지 그림바카라을 읽으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자기소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 날이 떠올랐다. 그때 사람들은 나에게 어디 꽁꽁 묶여 있는 거냐며, 지금도 충분히 자유롭지 않냐며 말했는데, 그림바카라 속 호랑이를 탄 사람을 본 뒤 그 무심했던 말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러게, 나는 왜 자유로우면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생각의 근원을 찾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가 보니 그 안에도 ‘편안함’이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무언가를 선택할 때면 조금 더 편안한 방법을 찾아 타협하면서 살아왔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실패를 하더라도 손해가 적은 쪽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그것이 옳다고 선택이라고 했다.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높아 보이는 상황에서 주변의 시선을 무시하고 온전히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용기가 내게는 부족했다. 그렇게 자란 나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렸다.


에리히 프롬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활동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수용할 줄 아는 ‘자기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삶에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더라도 결국은 수많은 우연의 힘으로 끌려가기 마련인데, 그 상황을 ‘실패’로 남겨두느냐와 ‘경험’으로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는 결국 자신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실패를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고 한다. 실패의 경험을 숨기고 두려워하기보다는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 깊이 들여다보며 분석하는 학문이다. ‘실패(失敗)’라는 한자의 풀이를 살펴보니, 내 손에 있는 것을 떨어뜨리거나 무언가를 깨뜨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자연스레 우리가 함께 읽었던 그림바카라 《킨츠기》가 떠올랐다. 손 안의 것을 떨어뜨리면 다시 주우면 되고, 깨지면 다시 붙이면 그만이다. 그런데 나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전전긍긍하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일까.


‘알 수 없음’ 투성인 삶에서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내 안을 맴도는 도돌이표 같은 질문, ‘도대체 자유란 무엇일까?’는 이제 접어두는 것이다. 그리고 호랑이 등에 올라타 힘껏 달려보는 것이다.






+ 이야기 나눈 그림바카라

호랑이를 타다(원제: Cavalca la titre)

다비드 칼리 글, 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 나선희 옮김

바카라빛(2024)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