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나는 아직도 배우는 선생님입니다

몸치였던 내가 배운 가장 큰 수업

by손샤인

평생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며 살아왔다.


병원에서는 늘 간호사 선생님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그 호칭도 서른세 해가 지나니 어느새 내 이름처럼 익숙해졌다. 환자들이 나를 부를 때도, 보호자들이 감사 인사를 건넬 때도, 동료들이 그렇게 불러 줄 때도 그 말은 내가 가진 직업이었고 바카라임이었으며, 오랜 시간 사람 곁을 지켜 온 내 삶의 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혀 다른 곳에서 같은 호칭을 듣게 되었다.


“선생님.”


연습실이었다.


처음에는 나를 부르는 줄도 몰랐다.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찾기도 했다. 평생 들어온 말인데도 ‘셔플 선생님’이라는 이름은 이상하리만큼 낯설고 새로웠다. 같은 선생님이라는 말인데 병원에서 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다.


간호사 선생님은 오래 살아온 나의 이름이었지만, 셔플 선생님은 이제 막 시작된 또 하나의 삶 같았다.


병원에서는 사람의 몸과 생명을 돌보는 사람이었다면, 연습실에서는 누군가의 용기와 자신감을 돌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픈 사람의 손을 잡던 손으로 이제는 서툰 첫걸음을 기다려 주고 있었고, 괜찮다고 말해 주던 목소리로 이번에는 “다시 한번 해볼까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혼자 춤을 추는 일과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전혀 달랐다.


혼자 연습할 때는 내 발만 움직이면 된다. 틀리면 다시 하면 되고, 박자를 놓치면 음악을 처음부터 틀면 된다. 넘어지면 혼자 일어나고, 잘되지 않는 날에는 조금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는 순간부터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내가 보여 주는 동작 하나가 누군가의 습관이 되고, 내 설명 한마디가 누군가의 기준이 된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이 용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누군가의 자신감을 꺾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가르친다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과 마음을 바카라임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나는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준비한다. 어느 부분에서 발이 꼬일지, 어느 박자에서 몸이 멈출지, 어떤 설명이 가장 쉽게 마음에 닿을지를 수없이 생각한다. 집에서도 혼자 구령을 외워 보고, 출근길에도 동선을 그려 보고, 잠들기 전에는 음악을 들으며 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떠올린다.


학생들이 보는 것은 한 시간의 수업이지만, 그 한 시간 뒤에는 수십 번의 고민과 수백 번의 연습이 숨어 있다.


그 바카라임을 알기에 나는 더 많이 연습하고, 더 정확하게 배우려 한다.


사람들은 지금의 나를 본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과 사람들 앞에서 구령을 외치는 모습만 보고 처음부터 춤을 잘 추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타고난 춤꾼이 아니었다.


나 또한 엄청난 몸치였다.


박자를 맞추는 일부터 쉽지 않았고, 왼발과 오른발은 늘 따로 놀았다. 마음은 분명 앞으로 가고 있는데 몸은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였고, 거울을 보며 따라 하는 단순한 동작조차 내 것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남들은 한 번에 익히는 스텝을 나는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야 했고, 그래도 안 되면 음악을 더 느리게 틀어 놓고 발끝부터 다시 배웠다.


중년의 나이에 배우는 셔플은 재능으로 추는 춤이 아니었다.


연습으로 완성해 가는 춤이었다.


젊은 몸처럼 금세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더 오래 연습해야 했다. 퇴근 후에도 연습했고, 주말에도 연습했고, 집에서도 틈만 나면 발을 움직였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같은 스텝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니 엄지발톱은 세 번이나 상했고, 족저근막염이라는 친구가 찾아왔으며, 아킬레스건염까지 오래 곁에 머물렀다.


몸은 자꾸 쉬라고 신호를 보냈다.


아침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발바닥이 찢어질 듯 아픈 날도 있었고,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아킬레스건이 당기는 날도 있었다. 엄지발톱은 신발에 닿기만 해도 욱신거렸지만 이상하게 음악이 시작되면 그 아픔을 잠시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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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차 간호사, 온라인카지노 작가, 셔플댄스 강사.병원에서 사람을 만나고, 글로 마음을 기록하며, 춤으로 삶을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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