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춤과 사랑 사이

우리가 다시 같은 박자로 걷기 위해

by손샤인

오빠와 나는 늘 운동을 함께하던 사람이었다. 주말이면 테니스장을 찾았고, 계절이 바뀌면 산을 올랐다. 아침 일찍 눈을 뜨면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운동복을 꺼내 입었고,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함께 땀을 흘리는 시간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습관이 아니라 우리 부부만의 대화였고,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었으며, 하루를 살아내는 힘이었다.


운동을 하며 나눈 이야기는 특별할 것도 없었다. 점심 메뉴를 고민하기도 했고, 아이들 이야기를 하기도 했으며, 어떤 날은 말없이 같은 풍경만 바라보며 걸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시간은 늘 충만했다. 같은 속도로 숨을 쉬고,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계절을 함께 지나간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던 시간이 얼마나 귀한 행복이었는지를.


그러던 어느 날, 내 삶에 셔플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퇴근 후 한 시간 배우는 춤이었다. 몸을 움직이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고, 새로운 취미 하나쯤 가져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셔플은 단순한 취미에서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스텝 하나를 익히는 기쁨은 더 배우고 싶은 열정이 되었고, 더 잘 추고 싶은 마음은 나를 서울까지 오가게 만들었다. 셔플화를 사고, 공연을 준비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강사가 되고, 학생들을 만나면서 내 삶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어졌다.


간호사로 살아온 30여 년의 시간 위에 또 하나의 인생이 시작된 것 같았다. 나는 춤을 통해 다시 웃기 시작했고, 다시 도전하기 시작했으며, 나이가 들수록 삶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무언가를 얻으면, 잠시 다른 무언가를 놓치게도 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손샤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30년 차 간호사, 온라인카지노 작가, 셔플댄스 강사.병원에서 사람을 만나고, 글로 마음을 기록하며, 춤으로 삶을 회복합니다.

32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4화4화. 발끝에서 배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