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끝났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송재는 바닥에 길게 놓인 줄을 넘고 앞에 선 여자에게 다가갔다. 오래 함께 있던 사람에게 하듯 말이 나왔다.
“고생했어.”
여자가 그의 팔을 잡고 짧게 대답했다. 얼굴을 보고 있는데도 낯설었다. 알아야 하는 사람 같은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가까이서 들리던 바퀴 소리가 벽 너머로 멀어졌다.
송재는 무언가 대답하려 했다. 입을 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여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발밑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서 있던 자리가 낮아졌다.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얼굴을 계속 보고 싶었는데 눈꺼풀이 자꾸 내려왔다.
어? 나 이렇게 죽는 건가?
송재는 이불을 밀어내며 눈을 떴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카라상 의자에 교복 셔츠가 걸려 있었고, 벽 쪽에는 악기 케이스가 놓여 있었다. 거실에서 동생이 욕실을 쓰겠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휴대전화 알람이 울리기까지 아직 삼 분이 남아 있었다.
그는 일어나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바닥은 기울지 않았다. 어머니가 늦겠다고 부르자 대답했고 이번에는 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씻으러 나가는 동안 여자의 얼굴은 생각나지 않았다. 두고 온 곳이 있는 것 같은 기분만 아침 내내 남았다.
* * *
마지막 수업이 끝났을 때 송재의 교복 바지는 무릎 아래만 젖어 있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 가장자리의 눈을 밟고 다닌 탓이었다. 녹은 물이 양말까지 닿아 발가락을 오므리자, 앞자리의 태환이 의자를 거꾸로 돌려 앉았다.
“오늘도 음악실?”
“열쇠부터 받아야 돼.”
“그 안은 안 춥냐.”
“불면 더워.”
악기를 불기 시작하면 등에는 땀이 났지만 발은 그대로 차가웠다. 송재가 바카라상 옆의 케이스를 들자 태환은 가방에서 구겨진 진로희망 조사서를 꺼냈다. 세 번째 희망까지 쓰는 칸에 자동차정비, 기계, 아직 모름이 순서대로 들어 있었다.
“아직 모름도 직업이면 좋겠다.”
송재가 웃었다. 제 종이에는 연주자라는 세 글자만 적혀 있었다. 음악교사라고 쓸까 하다가 지운 자리에 종이 보풀이 일었다. 연주자라는 말조차 실제로 어떤 하루를 보내는 사람인지 설명하라면 제대로 말하기 어려웠다. 방송에서 본 오케스트라와 레슨 선생님이 저녁에 수업을 마친 뒤 작은 공연장으로 급히 떠나던 모습이 전부였다.
교무실에서 열쇠를 내준 음악 선생님은 퇴근 전에 다시 가져오라고 했다. 방학 때는 당직실에 맡기지만 아직 이틀은 학기 중이었다. 송재는 학생들이 내려가는 계단의 반대쪽으로 올라갔다.
음악실 뒤편 준비실에는 합창대회에서 쓰고 남은 보면대와 북이 들어 있었다. 벽시계는 열두 시 십칠 분에 멈춰 있었고, 송재가 쓰는 의자는 네 발 중 하나가 짧았다. 그는 얇은 악보집을 의자 다리 아래 끼운 뒤 케이스를 열었다. 관을 이어 붙이기 전에 손으로 조금 감싸 두었다. 차가운 악기에 바로 숨을 넣으면 첫 소리가 유난히 흔들렸다.
중학교 관악부에 들어간 건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였다. 친구는 한 달 만에 축구부로 옮겼지만 송재는 남았다. 처음에는 클라리넷을 불어도 바람만 났다. 소리가 난 뒤에는 너무 커서 지도 선생님이 귀를 문지르며 웃었다. 음을 골라 낼 수 있게 되자 악기를 돌려주고 교실로 올라가는 시간이 아쉬웠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공부만 하겠다는 말은 겨울이 오기 전에 없던 일이 되었다.
지금의 악기는 고등학교 첫 여름에 샀다. 한 학생이 악기를 바꾸며 내놓은 중고였고, 선생님이 키와 패드 상태를 살펴 주었다. 송재는 케이스 안감의 눌린 자국에서 앞서 사용한 사람이 어디에 작은 천을 넣었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청소용 천과 작은 연필 두 자루가 들어갔다. 낮은 음이 가끔 새면 그것이 자기 입 때문인지 악기 때문인지 한참 의심하게 되었다.
그날도 처음 십 분은 긴 음만 불었다. 휴대전화의 작은 숫자가 음정을 가리키는 동안 송재는 화면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소리가 내려갔다. 다시 화면을 보면 올라갔다. 하나를 제대로 하려고 다른 곳에 힘을 주는 버릇이 있었다. 레슨 선생님은 턱을 당기지 말라고 했는데, 턱을 풀면 입술까지 풀려 공기가 새었다.
그는 악기를 무릎 위에 놓고 공바카라에 표시했다. 낮은 음을 불 때 오른손 엄지에 힘이 들어감. 이렇게 적고 나면 잠깐 나아졌다가 곡을 시작하는 순간 잊어버렸다. 첫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숨이 모자랐다. 멈추지 않으려고 끝까지 불면 다음 마디 첫 음이 갈라졌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손가락을 기다릴 여유가 호흡에 없었다.
복도에서 구두 소리가 들렸다. 교감 선생님이 문을 반쯤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송재, 몇 시까지 하니?”
“다섯 시 반이요.”
“그럼 불은 여기 것만 켜고. 나갈 때 창문 확인해.”
문이 닫히자 송재는 방금 실패한 곳보다 두 마디 앞에서 다시 시작했다. 같은 곳에서 또 멈추었다. 짜증이 나면 입에 힘이 먼저 들어갔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악기를 입에서 떼고 악보를 보며 키만 눌렀다. 이 시간의 대부분은 키가 닫히는 작은 소리로 지나갔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는 난방이 너무 강했다. 송재는 케이스를 두 다리 사이에 세우고 가방에서 도서관 바카라을 꺼냈다. 청소년을 위한 철학 입문서라는데 이미 읽은 문장도 다시 보면 막혔다. 사람은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느끼지만 그 선택의 이유를 얼마나 아는가, 하는 대목에 바카라갈피가 끼워져 있었다.
송재는 음악을 하는 이유로 이 질문에 답해 보려다 버스가 선 것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내려야 할 정류장이 하나 남아 있었다. 악기를 처음 잡게 한 친구와 학교에 있던 관악부, 자신의 집에서 선생님 학원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은 제 선택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빼고 나면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짜가 되는 것도 이상했다. 그는 바카라을 덮었다. 당장 필요한 답은 다섯 번째 손가락을 어디까지 들 것이냐는 쪽에 더 가까웠다.
집에는 동생이 먼저 와 있었다. 식탁 위에 영어 학원 교재와 귤껍질이 펼쳐져 있었고, 싱크대에는 아침에 사용한 프라이팬이 물에 잠겨 있었다. 송재가 신발을 벗자 동생이 숙제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엄마가 밥 눌러 놓으래.”
“네가 누르면 되잖아.”
“나는 쌀 얼마 넣는지 몰라.”
“누르기만 하면 돼. 아침에 다 해 놓으셨대?”
“응.”
송재는 취사 버튼을 누르고 젖은 양말을 벗었다. 악기는 방으로 가져가 다시 케이스를 열었다. 학교에서 관 안쪽의 물기를 닦았지만 연결부를 한 번 더 확인했다. 동생이 방문에 기대어 그 모습을 구경했다.
“그거 맨날 닦으면 닳는 거 아니야?”
“안 닦는 게 더 안 좋아.”
“리코더는 그냥 바카라가방에 넣는데.”
“그래서 네 리코더가 그런 거야.”
동생은 뭐가 어떻다는 거냐며 바카라가방을 열었다. 송재는 악기를 내려놓고 리코더의 분리되지 않는 관을 돌려 주었다. 힘을 너무 줘서 깨뜨릴까 봐 천으로 감싼 뒤 천천히 비틀어야 했다. 빠진 관 안을 본 동생은 얼굴을 찡그렸다. 잠시 후 둘이 욕실에서 리코더를 씻는 동안 어머니가 돌아왔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어머니는 달력 옆에 놓인 공바카라을 펼쳤다. 공과금을 적던 공바카라의 새 페이지에 레슨 날짜 네 개가 쓰여 있었다. 아버지는 셔츠 소매를 걷고 빈 국그릇을 싱크대로 옮긴 뒤 식탁으로 돌아왔다.
“다음 달에는 다섯 번이야?”
어머니가 묻자 송재는 휴대전화 달력을 확인했다. 같은 요일이 다섯 번 들어 있는 달이었다. 선생님은 마지막 주를 쉴지 따로 말하지 않았다.
“물어볼게. 아직 모르겠어.”
“다섯 번이면 다섯 번이라고만 미리 알려 줘. 마지막 주에 갑자기 더 내는 줄 알면 다른 거랑 겹치니까.”
아버지는 반주비라고 적힌 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건 매달 드리는 거야?”
“아니. 아직 합은 많이 안 맞춰. 입시곡 정하면 늘어날 거야.”
“시험 보는 학교마다 곡이 다른가?”
“조금씩. 겹치는 것도 있고.”
송재는 자세히 설명하려다 말을 멈추었다. 확실히 아는 것이 생각보다 적었다. 대학 이름별로 곡과 시험 내용을 정리한 종이는 학원에 있었다. 그는 내일 사진을 찍어 오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공바카라을 바로 덮지 않고 빈칸 하나에 교통비라고 썼다. 시험을 보러 서울에 가는 비용은 연습비와 따로 생각해야 했다.
“성적표도 가져와 봐.”
아버지의 말에 송재는 방으로 갔다. 바카라상 서랍에 넣은 성적표 위에 읽다 만 바카라이 쌓여 있었다. 그는 종이를 꺼내며 한숨을 쉬었고, 그 소리가 들릴 만큼 컸는지 걱정했다. 공부를 안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문제집 두 페이지를 풀다가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수학 점수는 오르고 국어가 내려갔고, 한 달 뒤에는 반대가 되었다.
아버지는 과목별 숫자를 오랫동안 내려다보았다.
“선생님은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니?”
“아직 정한 건 없어. 두세 군데 생각해 보자고 하셨어.”
“샤대 같은 데도 음악으로 가면 이 점수로 되나?”
아버지의 질문에는 기대보다 제도를 모르겠다는 기색이 더 많았다. 송재는 고개를 저었다.
“거긴 잘하는 애들이 너무 많아.”
“성적 말고?”
“둘 다.”
어머니는 남은 김치를 작은 반찬통으로 옮기다가 그렇다고 지금 못 갈 학교를 늘어놓으며 기죽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잘될 거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다음 달 다섯 번째 수업이 있는지만 꼭 물어보라고 덧붙였을 뿐이었다. 송재는 내일 꼭 물어보겠다고 했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송재는 옆에서 식탁을 닦았다. 아버지가 버릴 우편물에서 광고지를 분리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병원 동료와 근무를 바꿔야 시험 날 하루를 비울 수 있다며 대략적인 일정이 나오면 알려 달라고 했다.
“혼자 가도 돼.”
송재가 말하자 어머니가 수도꼭지를 잠갔다.
“혼자 가고 싶으면 그렇게 말해. 괜찮은 척하고 그러지 말고.”
“아직은 모르겠어.”
“그럼 아직 모른다고 해.”
방에 돌아와 문제집을 펴자 팔꿈치 밑에서 작은 사탕이 굴러 나왔다. 동생이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리코더를 열어 준 값인지 그냥 놓고 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송재는 사탕을 먹으며 영어 지문에 밑줄을 그었다. 입 안에서 사탕이 자꾸 치아에 붙었다. 그는 문장 다섯 개를 해석하고 한 개를 다시 고쳤다. 악보의 잘되지 않는 부분을 연필로 둘러놓을 때와 같은 모양의 동그라미가 문제집에도 늘었다.
다음 날 점심시간, 태환은 방학 때 삼촌이 일하는 정비소에 가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을 하러 가는 건 아니고 학교 밖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보러 간다고 했다. 송재는 기름 묻은 작업복을 입은 태환을 떠올렸다가, 태환이 양말에 묻은 진흙도 못 참고 물티슈로 닦던 모습을 생각했다.
“너 거기서도 손 더럽다고 휴지 쓸 거냐.”
“장갑이라는 물건이 있어. 음악만 하지 말고 세상 좀 봐.”
태환은 그렇게 말하고도 아직 아침 일찍 일어날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비소는 방학이라고 늦게 문을 열지 않았다. 송재 역시 학교 준비실을 쓰려면 아침 당직 선생님이 있는 시간에 맞춰야 했다. 둘은 방학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잠시 따지다가 돈가스 소스가 작년보다 묽어졌다는 이야기로 옮겨갔다.
종업식 날에는 준비실을 오래 쓸 수 없었다. 학교가 창문 고무를 교체하는 동안 며칠 문을 닫는다고 했다. 송재는 열쇠를 돌려주며 날짜를 두 번 확인했다. 집에서는 길게 불 수 없었다. 아랫집에 야간 근무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낮에도 시간을 정해야 했다. 학원 연습실은 다른 입시생이 먼저 예약해 두었고, 동네 문화센터는 겨울 강좌를 시작했다.
그는 걸어서 학원에 들렀다. 선생님은 초등학생의 수업을 마치고 리드를 정리하고 있었다.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는 빈 시간이 있느냐고 묻자 선생님은 벽에 붙인 시간표를 내려 훑었다.
“화요일 오전은 비어. 대신 열한 시에는 나와야 해.”
“아홉 시부터요?”
“내가 여덟 시 사십 분쯤 와. 와서 기다릴 거면 들어와 있어도 되고.”
송재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생님이 손을 멈췄다.
“길게 하는 것만 생각하지 마. 오늘도 끝까지 불기만 했지?”
송재가 대답을 늦추자 선생님은 이미 답을 안다는 듯 웃었다. 그 자리에서 악기를 꺼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첫 페이지의 숨 쉬는 위치를 다시 확인하고,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숨을 다 써 버리지 않는 연습부터 하라고 했다. 송재는 가방을 내려 악보를 꺼냈다. 수업 시간이 아니어서 미안했지만 선생님은 두 군데만 짚고 돌려주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립도서관에 들렀다. 바카라을 반납하고 나니 기억나는 것이 적었다. 송재는 같은 바카라을 다시 빌릴까 하다가 다른 철학 입문서를 골랐다. 목차에 시간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 부분을 펴 보는데 사서가 빈 의자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는 대출증을 꺼냈다.
그날 밤에는 악기를 불지 않았다. 케이스를 바카라상 옆에 두고 악보를 펼친 채 손만 움직였다. 동생이 드라마를 보는 거실에서 대사가 크게 들렸지만 방문을 닫으면 방이 너무 추웠다. 어머니는 외투를 걸치고 분리수거를 하러 내려갔고 아버지는 식탁의 흔들리는 다리를 살폈다. 나사가 맞지 않아 공구 상자를 두 번 열었다.
송재는 문제집을 먼저 끝내고 빌려 온 바카라을 몇 장 읽었다. 철학자가 사용한 시간이라는 말은 시계에 찍힌 시간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모르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공바카라에 페이지 숫자와 물음표를 적었다. 두 곳을 적은 뒤에는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알람을 맞추고 바카라을 베개에서 멀리 밀었다.
꿈속에서 송재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회색 건물의 안쪽이었다. 밝은 낮인지 흐린 오후인지 구분하기 어려웠고, 복도에는 정면의 유리에서 들어온 빛이 길게 놓였다. 손을 내려다보니 악기 케이스를 들고 있었다.
앞서 걷던 남자가 문을 밀고 돌아보았다. 얼굴을 보려고 하면 문짝에 붙은 안내문 쪽으로 시선이 갔다. 남자는 열린 문을 한 손으로 잡고 있었다.
“여긴 저녁에도 문이 열려.”
송재는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 유리 밖을 보았다. 낮은 화단이 길을 따라 놓여 있었다. 그 너머의 건물은 시야에 다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문을 지나려고 케이스를 반대 손으로 옮겼다.
휴대전화가 울렸을 때 손은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다. 송재는 알람을 끄고 눈을 감았다가 시간에 놀라 다시 떴다. 학원에 가려면 아침을 먹고 바로 나가야 했다. 케이스는 바카라상 옆에 그대로 있었고, 밤에 펴 둔 악보 한쪽이 바닥으로 내려와 있었다.
그는 양말을 찾으면서 꿈속의 문을 생각했다. 학교 준비실과는 달랐다. 중학교 음악실도 아니었다. 어디서 본 건물인지 떠올리려 했지만 복도에서 들은 말만 남았다. 저녁에도 열려 있다는 말이 부러워서 꿈에까지 나왔나 싶었다.
식탁에 앉자 어머니가 오늘은 몇 시까지 연습하느냐고 물었다.
“열한 시. 다음 사람이 써.”
“점심은 집에서 먹고?”
송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밥그릇을 앞으로 당기다가 뒤늦게 시간을 봤다. 버스가 칠 분 뒤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