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호의의 이름

by송작가

금요일 아침, 지급 창구 앞에는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바구니를 든 여자와 지팡이에 기대앉은 노인, 에드윈 베일이었다.

나는 아래층 사무실에 전할 서류를 들고 복도를 지나가던 중이었다. 베일은 나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걸음을 조금 늦췄다가 그대로 지나갔다. 그가 지급을 받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돌아올 때 노인은 받은 동전을 세고 있었다. 베일이 창구에 섰다.

“이름이 명부에 없습니다.”

안쪽에서 지급 담당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드윈 베일입니다.”

“방금 들었습니다.”

“지난주에도 왔습니다. 카드에 표시가 있을 겁니다.”

담당자는 카드를 들여다본 뒤 다른 종이를 당겼다. 나는 계단 첫 칸에서 발을 멈췄다.

“이 지급은 종료됐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수령인이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베일은 창구 안을 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조금 들어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그 수령인이 접니다.”

지급 담당자는 베일의 얼굴을 보았다가 다시 카드를 들여다보았다.

나는 계단에서 내려와 담당자에게 말했다.

“명부의 비고가 잘못 기재됐습니다. 저도 그분을 압니다.”

“정정 지시가 내려왔나?”

“아직 아닙니다.”

“그럼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네.”

그는 카드를 돌려주고 의자를 뒤로 당겼다.

베일은 카드를 집지 않았다.

“제가 살아 있는 건 보시잖습니까.”

“그건 보입니다.”

담당자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하지만 제게 지급할 권한이 없습니다.”

나는 크로프트 씨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손을 들어 나를 멈추더니 자기 뒤의 문으로 들어갔다.

나는 베일에게 앉으라고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는 굽은 오른손으로 외투 자락을 벌리고, 왼손으로 카드를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제가 수요일에 말씀드린 것이 그 기록입니다.”

“그렇군요.”

“바카라임자와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도 여기 있습니다.”

나는 그를 보았다. 베일은 창구가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제 이야기는 제가 하겠습니다.”

크로프트 씨는 창구 바깥의 좁은 문으로 나왔다. 베일을 보고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기다리셨군요, 베일 씨.”

“제가 죽었다고 되어 있다는데요.”

“그 부분은 확인하겠습니다.”

“확인할 게 더 있습니까?”

크로프트 씨는 창구 안쪽을 보았다. 담당자는 자기 바카라상에 앉아 다른 봉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급은 종료되었습니다. 혼란을 드린 점은 유감입니다.”

“왜 종료됐습니까?”

“회사 사정에 따른 결정입니다. 그동안 상당한 기간 지원을 받으셨습니다.”

베일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는 무슨 말을 할지 고르는 듯했다.

크로프트 씨가 먼저 이어 말했다.

“계속해드리면 좋겠지만, 펜윅 씨도 모든 사정을 돌볼 수는 없습니다.”

“제가 매주 찾아오는 건 약속이 있어서입니다.”

“그 문제로 이의를 제기하시려면 내용을 적어 보내주십시오.”

크로프트 씨는 그 말을 하는 동안 베일의 손을 보지 않았다. 나는 보았다. 베일은 오른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내 이름이 죽은 사람 명부에 있는 것부터 고쳐주십시오.”

“확인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크로프트 씨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모로, 자네 일은 끝났나?”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빈 서류철을 보았다.

“아닙니다.”

“그럼 올라가게.”

베일은 그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모자를 쓴 뒤 현관으로 걸어갔다. 나는 잠깐 그 뒤를 따랐다.

“저녁에 뵙겠습니다.”

그가 문고리를 잡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일곱 시에요.”

***

점심때에는 하웰에게 행선지를 말하고 나갔다가, 시간이 끝나기 전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돌아오는군.”

그는 내가 자리에 앉자 말했다.

“그래야지요.”

“그래야 하는 일도 꼭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고.”

나는 그의 바카라상에 사온 사과를 하나 놓았다. 하웰은 한쪽에 난 멍을 보더니 소매에 문질렀다.

그에게 아침 일을 말하고 싶었다. 내 바카라임이 어디까지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어제 내 일을 대신했다.

“하웰 씨.”

그가 사과를 든 채 나를 보았다.

“어제 제 일을 처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는 잠깐 기다렸다. 내가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자 사과를 베어 물었다.

퇴근할 때 녹색 장부를 펼쳐보았다. 에드윈 베일의 이름 옆에는 여전히 사망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침에 살아 있는 그를 본 사람은 넷이었다. 그 사실만으로 글씨가 바뀌지는 않았다.

나는 펜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혼자 고치면 새 글씨도 내가 쓴 기록이 될 터였다. 처음 기록을 하게 된 경위와 정정한 이유를 남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사람이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지 다시 판단해야 했다.

나는 작은 종이에 기재 날짜와 장부의 쪽수를 옮겨 적었다.

***

렌 부인은 일곱 시보다 먼저 왔다.

그녀는 종이로 싸서 끈을 맨 서류 묶음과 빵 한 덩이를 들고 있었다.

“서류만 가지고 오려다가, 저녁을 또 드셔야 할 것 같아서요.”

나는 빵을 받았다. 베일이 오는 것을 알면서도 식사를 어떻게 할지 미처 정하지 못했다. 부엌에는 수프를 만들려고 불려놓은 완두콩과 양파 두 개가 있었다.

“양파를 썰어드릴까요?”

“제가 하겠습니다.”

렌 부인은 잠시 내 어깨 너머를 보았다.

“냄비는 제가 볼게요. 그럼.”

나는 양파를 잘랐다. 부인은 불을 줄이고 냄비에 물을 더했다. 좁은 부엌에서 우리는 두 번 서로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베일은 일곱 시에 왔다. 그는 렌 부인을 보고 모자를 벗었다. 둘은 서로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식탁에서 마주 앉은 적은 없다고 했다.

나는 접시 세 장을 꺼냈다가 손을 멈췄다.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베일이 말했다.

나는 그를 보았다.

“제 아들과의 약속은 수요일입니다.”

그는 식탁 끝의 의자를 렌 부인 쪽으로 빼주었다. 나는 흰 접시를 찬장에 두고 꽃무늬 접시를 하나 더 꺼냈다.

식사를 먼저 했다. 렌 부인은 언니 집의 뒤뜰에서 고양이가 석탄 자루를 찢어놓은 이야기를 했다. 베일은 쥐를 쫓다가 그랬을 거라고 했고, 그녀는 쥐 때문이라면 석탄보다 고양이를 먼저 치워야겠다고 했다.

베일도 웃었다. 렌 부인은 빵을 더 잘라 그의 앞에 놓았다.

그릇을 치운 뒤 렌 부인이 끈을 풀었다.

수리비 영수증과 편지, 접힌 계약서가 나왔다. 그녀는 상자에서 찾은 관련 서류를 전부 가져왔다고 했다. 나는 식탁을 닦고 촛대를 옮겼다.

계약서는 두 장이었다. 두 장 모두 가장자리 안쪽에 같은 표식이 있고, 마지막 장에 서명들이 있었다.

날짜는 1889년 11월 21일이었다.

“이때는 이미 손을 다치셨군요.”

내가 물었다.

베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 표시를 했습니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십자가 모양의 표식이 있었고, 그 옆에 다른 사람의 글씨로 에드윈 베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 입회인으로 이삭 렌이 서명했다.

회사 쪽 서명은 크로프트의 것이었다. 이름 앞에는 펜윅 상회를 대리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나는 첫 장부터 소리 내어 읽었다. 지급액에 관한 대목에서 렌 부인이 고개를 숙여 손가락으로 줄을 짚었다.

매주 여섯 실링. 네 실링은 에드윈 베일에게 지급하고, 두 실링은 지정 가옥의 수요일 저녁 사용을 유지하기 위해 이삭 렌에게 지급한다. 집 주소는 내가 사는 곳이었다. 이삭 렌이 사망할 경우 지급받을 사람으로 아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베일은 내 낭독을 들으면서 손끝으로 탁자의 작은 흠집을 문질렀다.

“이렇게 되어 있었군요.”

“금액을 모르셨습니까?”

“내가 받을 건 네 실링이라고 들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는 돈은 렌 씨가 처리한다고 했고요.”

렌 부인이 고개를 들었다.

“남편이 두 실링을 빼고 준 게 아니에요.”

“그런 말씀은 안 드렸습니다.”

베일은 조금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녀도 곧 입을 다물었다. 나는 두 사람 사이에 계약서를 놓았다.

“여기에는 각각 받을 돈이 따로 적혀 있습니다.”

그다음 문장을 나는 두 번 읽었다.

본 지급은 별지 명세에 기재된 미지급 채무의 분할 변제로 하며, 증여 또는 임의 구호로 보지 아니한다.

렌 부인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다시 읽어주시겠어요?”

나는 다시 읽었다.

“무슨 뜻이죠?”

“이 종이에는 회사가 돈을 빚졌다고 적혀 있습니다. 매주 나눠 갚는 돈이고요.”

“장부에는요?”

“임의 구호금으로 되어 있습니다.”

베일이 나를 보았다.

“크로프트 씨가 마음을 바꾸면 그만 줄 수 있는 돈이라는 말입니까?”

“회사에서는 그렇게 설명합니다. 이 문서에는 다른 설명이 있고요.”

나는 섣불리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뒤에 다른 합의가 있었을 수 있었고, 이 채무를 이미 갚았다는 서류가 있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총액을 적은 명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명세라는 건 어디 있습니까?”

렌 부인은 가져온 종이를 하나씩 확인했다. 나는 집수리 계산서와 편지를 나누어 놓았다. 날짜가 다른 영수증 사이에도 별지는 없었다.

“남편이 받은 게 이것뿐인지, 따로 두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녀는 빈 포장지를 펴 보았다.

“상자는 더 있으니까 다시 찾아볼게요.”

나는 베일에게 계약 이후 새로 서명하거나 표시한 문서가 있었는지 물었다.

“없습니다. 돈 받을 때 카드를 내민 게 전부예요.”

“회사가 무슨 돈을 빚진 겁니까?”

“내 손 때문에 주는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굽은 손가락을 식탁 아래로 내렸다.

“대니얼은 제가 받아야 할 돈이라고 했어요. 그냥 주니까 받으라는 게 아니라, 회사가 제게 갚아야 하는 돈이라고요.”

계약서의 맨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정서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대니얼 베일.

나는 그 이름을 짚었다. 베일은 고개를 숙였다.

“아드님이 썼군요.”

“네. 렌 씨가 불러주고 아들이 썼습니다. 그때 저는 긴 이야기를 듣는 게 힘들었어요. 손을 조금만 내려도 아팠고, 밤에도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까요.”

“수요일 약속도 이때부터였습니까?”

“아들은 그 방에 살았습니다. 수요일에는 일이 일찍 끝났고, 제가 와서 같이 먹었어요. 아들이 방을 떠난 다음에도 여기서 만나기로 한 겁니다.”

나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았다. 대니얼이 앉아서 이 문서를 베껴 썼을 바카라상은 이제 없었다.

다친 노동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합의에, 회사 소유도 아닌 집의 수요일 저녁이 들어가 있었다. 아버지가 아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의 서명까지 설명되지는 않았다. 나는 가옥 사용에 관한 문장 옆에 빈 종잇조각을 끼웠다.

“아드님은 회사가 왜 빚을 졌는지 알고 있었을까요?”

베일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알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아이에게 물을 수는 없지요.”

그는 내 손 아래의 종이를 보았다. 나는 손을 옮겼다.

***

렌 부인은 계약서를 다시 읽은 뒤 조심스럽게 접었다.

“이게 맞으면 집에 오는 돈도 회사가 마음대로 없앨 수는 없다는 거죠?”

“그렇게 주장할 근거는 있습니다. 제가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는 다음 주 집세는 그대로 두겠다고 했다. 그 이후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나는 고맙다고 말했다.

베일은 아무 말 없이 촛농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금요일마다 받던 네 실링을 생각했다. 오늘은 빈손으로 돌아왔고, 다음 금요일에도 그럴 수 있었다. 지급이 이어지게 하려면 크로프트 씨를 더 자극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내일 제가 그분에게 먼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계약서를 찾았다는 말은 나중에 하고, 사망 기록의 착오 때문에 당장 생활이 어렵다고—”

“그렇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베일이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제가 가엾으니 조금 더 달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 뜻으로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그렇게 들릴 겁니다.”

그는 구부러지지 않은 오른손 엄지를 다른 손으로 문질렀다.

“내 이름부터 바로잡아주십시오. 그건 할 수 있습니까?”

“정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걸 해주십시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대니얼이 회사로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집을 못 찾거나, 제가 다른 데로 갔다고 생각하면요. 그러면 창구의 그 사람이 제 아들에게도 아침과 똑같이 말할 겁니다.”

나는 그와 상의하기 전에 더 급한 것이 무엇인지 정해버렸다.

“알겠습니다.”

나는 바카라 사이에서 편지지를 꺼내왔다.

기록한 날짜와 장부의 쪽수, 에드윈 베일이라는 이름을 적었다. 크로프트 씨의 지시를 받아 사망이라고 기재했으며, 그 후 당사자를 직접 만났고 금요일 지급 창구에서도 생존을 확인했다고 썼다. 따라서 해당 기재를 정정하고, 정정 사유를 기록으로 남길 것을 요청했다.

문장을 읽어주자 베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렌 부인은 계약서를 내가 보관하도록 내주지 않았다. 원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필요한 부분을 옮겨 적어도 되는지 물었고, 그녀는 종이를 다시 펴주었다.

두 사람이 돌아간 뒤 보고서 아래에 날짜를 썼다.

계약서의 문장을 옮긴 종이는 따로 접었다. 아직 누구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일 제출할 보고서에는 내 이름이 필요했다.

나는 펜촉을 닦고 서명했다.

킬리언 모로.

이번에는 그 글씨를 쓰라고 지시한 사람이 없었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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