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 부인의 언니가 사는 집은 잡화점과 구두 수선점 사이에 있었다. 현관 계단에는 솔로 문지른 자국이 남아 있었고, 문을 열어준 여자아이는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았다.
“렌 부인을 만나러 왔습니다. 모로라고 전해주세요.”
아이는 고개를 뒤로 돌려 이름을 외쳤다. 안쪽에서 대답이 오자 문을 조금 더 열었다.
렌 부인은 창가에서 베갯잇을 꿰매고 있었다. 지난 월요일에 보았던 검은 옷 위에 회색 숄을 걸친 모습이었다. 그녀는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찬 공기 때문에 어깨를 한 번 움츠렸다.
“집에 무슨 일이 있나요?”
“집에는 없습니다.”
나는 모자를 벗었다. 그녀는 내 대답을 듣고도 바늘을 천에서 빼지 않았다.
“점심시간이라 오래 있지는 못합니다.”
“앉으세요. 오래 계실 필요가 없으면 좋겠네요.”
식탁의 절반에는 다림질한 옷들이 쌓여 있었다. 나는 비어 있는 쪽의 의자를 당겼다. 소매 끝이 아직 젖어 있어서 팔을 식탁에 올리지는 않았다.
“어제 베일 씨를 만났습니다.”
“식사는 하셨고요?”
“했습니다. 접시도 하나 더 놓았고요.”
렌 부인은 바늘을 꽂은 채 베갯잇을 접었다.
“그분이 불편하게 했나요?”
“부인께서는 펜윅 상회에서 매주 돈을 받으십니까?”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에서 모자로 옮겨갔다. 나는 젖은 챙을 두 손으로 잡고 있었다.
“어디서 들으셨죠?”
“저는 그 회사에서 일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직업을 묻지 않으셨습니다.”
말을 하고 보니 따지는 투였다. 나는 모자를 무릎 위에 놓았다.
“부인이 받는 돈이 있는지부터 알고 싶습니다. 다른 분의 몫과 섞여 기록된 것 같아서요.”
렌 부인은 옆에 쌓인 옷에서 아동용 셔츠 하나를 들어 천천히 접었다. 단추가 없는 소맷부리를 안쪽으로 넣었다. 나는 그녀가 생각할 시간을 벌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다 같은 크기로 접힌 셔츠들이 이미 세 장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실링이에요.”
“매주요?”
“금요일마다요. 지난주 것까지 받았어요.”
“누가 주었습니까?”
“회사 지급 창구에서 받아요. 남편이 죽은 뒤부터는 제가 갔죠.”
그녀는 나를 살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회사에는 베일 씨가 여섯 실링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분은 네 실링을 받았다고 하고요.”
렌 부인은 잠시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그래서 내가 나머지를 가져갔다고 생각하셨군요.”
“두 실링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보는 중입니다.”
“그건 같은 말이에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부인이 나가달라고 하기 전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벽장 아래의 서랍을 열어 작은 공바카라을 꺼내왔다.
갈색 종이를 덧씌운 공바카라이었다. 고무줄에 눌린 자리가 표지에 나 있었다. 안에는 계산서와 접은 영수증들이 끼워져 있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쓴 쪽을 펼쳤다.
날짜 옆에 두 실링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주일 전의 쪽도, 그보다 일주일 전의 쪽도 같았다. 종이 사이에 끼운 회사 전표에는 ‘계약 가옥 유지비’라고 인쇄되어 있었고, 지급받는 사람의 이름은 렌으로 적혀 있었다.
나는 전표를 앞으로 당겼다.
“이걸 가지고 가십니까?”
“달이 시작할 때 네 장이나 다섯 장을 보내줘요. 하나씩 가져가서 도장을 받고 돈을 받죠. 남편 때부터 그랬어요.”
“베일 씨의 이름은 없군요.”
“내가 베일 씨가 아니니까요.”
그녀는 내 쪽에 놓인 전표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내게서 가져가지는 않았다.
공바카라의 반대쪽에는 집에 들어간 돈이 적혀 있었다. 굴뚝 청소, 뒤뜰 배수구 수리, 유리 한 장. 집세를 받은 날도 적혀 있었다. 여름의 몇 주는 빈칸이었다.
“이 돈으로 그분 저녁을 사주시는 겁니까?”
“저녁만이 아니에요. 수요일 저녁에 식당을 쓸 수 있게 해두는 거예요. 누가 살든, 그분이 들어와 앉을 수 있게요. 손님에게는 보통 세입자가 먹는 걸 내주고요.”
“빈집일 때는요?”
“작년 여름에는 옆집 여자가 불을 피우고 음식을 놓아줬어요. 그 값도 여기 있어요.”
그녀가 앞쪽으로 몇 장을 넘겼다. 일하는 여자에게 준 돈과 식료품값이 같은 줄에 적혀 있었다. 나는 금액을 확인했다. 몇 주에는 받은 두 실링보다 나간 돈이 많았다.
“제가 집을 보러 왔을 때 이 말씀을 하실 수 있었을 텐데요.”
“손님이 온다는 말씀은 드렸어요.”
“돈에 대해서도요.”
“모로 씨가 보러 온 건 집이었죠. 제 장부가 아니었어요.”
나는 전표를 공바카라 위에 돌려놓았다.
렌 부인은 내 침묵을 기다리다가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덧붙였다.
“집을 유지할 다른 수입이 있다는 걸 알면 집세를 더 깎으려고 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일을 전에도 겪었어요.”
“그건 베일 씨에게서 받을 돈입니까, 회사에서 받을 돈입니까?”
“회사에서요.”
“그분도 두 실링에 관해 알고 있습니까?”
“남편이 이야기했겠죠.”
나는 그녀를 보았다. 렌 부인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지만 다음 말을 고쳐 했다.
“남편이 어떻게 설명했는지는 몰라요.”
그 정도면 서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녀가 받은 돈, 돈을 받은 이유,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한 설명. 나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물었고, 그녀는 처음 두 가지에 대해서만 답할 수 있었다.
“이 집은 원래 누구 집이었습니까?”
“남편 거예요. 결혼하기 전부터 갖고 있었어요. 우리는 여기서 두 거리 떨어진 데 살았고요.”
“대니얼 베일이 그 집에 산 적이 있습니까?”
“방 하나를 썼어요. 위층 뒤쪽 방이요.”
나는 나무 상자 위에 올려놓은 바카라들을 떠올렸다.
“얼마 동안요?”
“몇 달. 남편이 장부 일을 조금 가르쳐줬어요. 남편에게는 그런 식으로 일자리를 얻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죠.”
“그 청년을 아셨습니까?”
“두 번 보았어요. 한 번은 남편 외투를 가져다줬고, 한 번은 길에서요. 남편보다 글씨를 잘 쓴다는 소리는 들었어요.”
“손이 다친 베일 씨 대신 아들이 서명했을 수도 있겠군요.”
렌 부인은 눈살을 조금 찌푸렸다.
“대니얼이 떠난 게 벌써 몇 년 전인데요.”
“옛 서류에는 그랬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는 최근 수령증의 글씨를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는 자기 남편이 살아 있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분은 아들이 돌아올 거라고 믿습니까?”
렌 부인이 물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녀는 베갯잇을 다시 집었다. 바늘에 매달린 실이 손가락에 걸렸다.
“남편이 죽고 나서는 그만두자고 하려고 했어요. 제게는 그 사람과 약속한 일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남편 물건을 정리하다가 집에 관한 서류를 보았어요. 거기 제 이름도 있더군요.”
“부인의 서명이요?”
“아뇨. 남편이 죽으면 누구에게 지급할지 적혀 있었어요. 나도 그때 처음 알았죠.”
그녀는 실을 당겨 매듭을 확인했다.
“내가 착해서 계속하는 거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빈집으로 두는 것보다는 나았어요. 그렇다고 남편이 하던 일을 아무것도 모르는 채 끝낼 수도 없었고요.”
“그 서류를 볼 수 있습니까?”
“찾아볼게요. 집문서와 따로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 남편 서류는 아직 상자에 있어요.”
나는 벽시계를 보았다. 회사에 돌아가야 할 시간을 이미 넘겼다.
“내일 저녁이면 될까요?”
“네. 제가 가지고 가겠어요. 베일 씨에게도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베일 씨가 오늘 저녁에도 오기로 했습니다.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현관까지 나를 따라온 렌 부인이 내 모자 위로 손을 내밀었다.
“잠깐만요. 이것도 가져가세요.”
그녀는 난로 옆에 놓인 편지를 집어주었다. 이미 뜯은 봉투였다.
“오늘 아침에 왔어요. 모로 씨에게도 알려드려야 했는데.”
나는 봉투를 받았다. 발신인은 펜윅 상회였다.
“집에 가서 읽어보세요. 내일 서류와 같이 이야기하죠.”
***
회사로 돌아왔을 때 하웰은 내 바카라상에 쌓인 종이를 넘기고 있었다.
“집주인을 만나러 간다는 사람이 왜 이제 오나?”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화물 수량을 셋이나 찾았는데 전부 자네가 가지고 있더군. 사람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어.”
“죄송합니다.”
나는 외투를 걸고 앉았다. 하웰은 서류 하나를 내 바카라상 앞쪽에 놓았다. 급히 필요한 내역만 다른 종이에 옮겨두었다.
“이건 내가 했네. 나머지는 자네가 해.”
그는 평소처럼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나는 젖은 소매를 접어 올리고 그의 계산부터 확인했다.
잠시 뒤 크로프트 씨가 나왔다.
그는 내 바카라상 위의 시계를 보지도 않았다.
“늦었군.”
“네.”
“이유가 있나?”
나는 집주인을 만나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그 대신 서류 더미의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맞춰놓았다.
“오늘 분량은 마치고 가게. 내일 아침에 다른 사람에게 넘길 생각 말고.”
그가 돌아간 뒤 나는 하웰에게 말을 걸었다.
“늦을 줄 알았다면 미리 말씀드렸을 겁니다.”
하웰은 잉크병의 마개를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그럼 다음에는 늦을 수도 있다고 말하게. 나는 자네 대신 설명할 말을 만들어야 했으니까.”
나는 그가 무슨 설명을 했는지 묻지 못했다.
오후 내내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었다. 모직물과 면직물의 운임이 한 장에 섞여 있었고, 발신인이 잘못 쓴 날짜를 두 번 고쳐 옮겼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바로잡는 동안 나는 내 글씨에 난 얼룩을 수시로 확인했다.
사무실에 남은 사람이 셋이 되었을 때 하웰이 외투를 입었다. 그는 나를 보고 턱을 조금 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문을 닫은 뒤에야 점심에 그가 준 빵 말고는 먹은 게 없다는 생각이 났다.
나는 렌 부인의 편지를 꺼냈다.
편지는 짧았다. 해당 가옥에 관한 지급 사유가 소멸했으므로 이번 금요일부터 주당 두 실링의 지급을 종료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래에는 크로프트 씨의 서명이 있었다.
사망이라는 말은 없었다.
나는 날짜를 보았다. 수요일이었다. 내가 녹색 장부에 줄을 그은 날이었다.
렌 부인의 몫과 베일의 몫이 같은 날 중단되었다. 그 사실은 여섯 실링의 내역을 설명했지만, 그 돈을 왜 베일 혼자 받은 것처럼 기록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서류의 남은 숫자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편지를 다시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
집 앞에는 베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가로등 아래에 서서 모자 끝에 묻은 물을 털고 있었다.
“늦었습니다.”
“그러셨군요.”
나는 그에게 먼저 문을 열어주었다. 사무실에서 하웰에게 했던 설명을 되풀이하지는 않았다.
식탁에 마주 앉아 수령 카드를 돌려주고, 두 실링에 관해 알아낸 것을 이야기했다. 그는 카드를 외투 안주머니에 넣은 뒤 얼마 동안 생각했다.
“렌 씨가 이 집에 돈이 든다는 말은 했습니다.”
“그 돈까지 베일 씨 앞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건 몰랐습니다.”
나는 렌 부인의 편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종이를 돌려주면서 금요일에는 늘 가던 대로 돈을 받으러 가겠다고 했다.
“죽었다는 게 잘못됐으니 바로잡으면 되겠지요.”
나는 대답을 늦췄다. 크로프트 씨가 했던 말, 회사가 원하면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는 말을 전했다. 베일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계획을 바꾸지는 않았다.
“우선 가보겠습니다.”
그에게 다음 날 저녁에도 올 수 있는지 물었다. 렌 부인이 남편이 보관한 서류를 찾아오기로 했다는 설명을 듣고 그는 일곱 시에 오겠다고 했다.
베일이 돌아간 뒤 나는 찬 음식을 조금 먹었다.
렌 부인은 편지 봉투 안에 작은 쪽지도 넣어두었다. 현관에서는 보지 못한 것이었다.
이번 주 집세는 이미 받은 대로입니다. 다음 주부터의 조건은 이야기해야겠어요.
글씨 아래에 한 줄이 더 있었다.
베일 씨에게 제가 식사를 거절했다고 전하지는 말아주세요.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요.
나는 쪽지를 식탁 위에 놓았다.
다음 주부터 집세가 오를 수 있었다. 렌 부인이 두 실링을 더 내라고 하면 나는 다른 방을 구하거나 그만큼 먹을 것을 줄여야 했다. 집세를 그대로 두는 대신 수요일의 조건을 끝낸다면 베일은 찾아와도 들어올 권리가 없게 될지 몰랐다.
그녀는 아직 어느 쪽도 결정하지 않았다. 나는 그 결정에 관해 말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내고 있지 않았다.
찬장에서 흰 접시를 꺼내보았다. 밝은 곳에서 보니 가장자리 한쪽에 작은 금이 나 있었다. 손으로 만져도 갈라진 부분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나는 접시를 식탁 끝에 놓았다.
어제는 누구를 위한 자리인지 궁금했다. 오늘은 다음 주에도 이 자리를 내놓을 수 있는지부터 계산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