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진짜의 나를 마주하다

PART 2

by솔레일소노르

시작과 맺음이 있었던 7월이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은 흘러가고, 새로운 인연들은 나를 맞이한다. 커다란 거울 앞에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응시했다. '나는 그동안 나를 어떻게 보았나? 나를 진짜 마주했나?' 나를 탐구하던 여정의 한 스텝이 끝나는 요즘 진짜 내 모습의 일부를 마주 보았다. 7월의 하늘은 태양이 높게 뜨고, 나를 온전히 비춘다. 어디에도 숨을 수 없게 만들고, 결국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진짜 나의 모습은 고귀하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던 7월. 46년의 인생에서 가장 아프고 가장 뜨겁다.


01 각자의 길

꿈속에서 나는 많은 일을 한다. 날개가 있기도 하고, 날개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날 밤 꿈에서는 오랜 친구가 꿈에서 나왔다. 몹시 지쳐 보였다.《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캘시퍼처럼 밝고 강한 힘을 가진 친구는 불꽃이 사그라들어 푸르스름해진 채 힘없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분명 내 눈앞에 보였지만, 우리는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를 돕기 위해 엄청 찾아 헤매었지만, 아무리 찾아도 친구에게 닿을 수 없었다. 그렇게 헤매다 도착한 곳은 꿈속에서 나와 함께 빛을 도모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우리는 여러 대의 캠핑카를 준비해서 떠날 채비를 했다. 결국 나는 친구를 돕지 못한 채, 그들과 함께 미지의 세계로 떠났다.


02 이별

작년 여름과는 사뭇 다른 7월. 몸 이곳저곳이 아파온다. 움직임이 느려지고, 아침잠도 늘었다. 오래된 친구의 반복적인 감정의 흐름 앞에서 나는 하나의 결단을 내려야 했다. 함께 성장하고, 서로의 기쁨을 진심으로 나눌 수 있기를 바랐다. 각자의 삶에서 무언가를 하나씩 쌓아 올릴 때마다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관계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와 그녀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나는 오랫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것 같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걸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침묵을 택했다. 굳이 해명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관계를 놓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 믿었고, 언젠가는 함께 성장하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게 된 것은 어떤 관계에서는 한 사람의 성장이 다른 사람에게는 기쁨이 아니라 불편함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 사실은 슬펐다. 그러나 슬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일이었다. 어떤 관계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진실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03 잘못된 자아상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과소평가한다. 나는 '나를 못생겼다. 뚱뚱하다. 혹은 머리가 나쁘다.' 이런 이야기들을 스스로에게 지껄여댔다. 얼마 전 드라마 《에스콰이어 ;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을 보다가 이학주 배우의 슈트 핏이 너무 멋져서 키를 검색해 보았다. 놀랍게도 180cm이 넘지 않았다. OMG. 그동안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려 보았다. “너 키가 커 보여. 168cm 정도 되어 보여. 다리가 길어.” 나는 그동안 꾸준히 이야기해 준 사람들의 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다 가끔 나의 전신이 나오는 영상이나 사진을 보고, “내가 이렇게 키가 커?” 하고 되묻곤 했었다. 그동안 나는 나 자신을 도대체 어떻게 보아온 걸까?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머리 스타일을 하며, 스스로 “난 아름답지 않아. 나는 대신 독특해.”라고 외쳤던 것이 아닐까. 망치로 머리를 '쾅'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나 자신을 위해 아름다워지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46세가 되어서 말이다. 이제는 정말 세상 앞으로 나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야겠다.


04 은반지 말고 다이아 반지

“나를 보라고!” 잠꼬대를 하는 나를 신랑이 흔들어 깨웠다. “왜 그래? 꿈꿨어?” 꿈에서 신랑이 한 짓이 얄미워 대꾸도 하지 않았다. 꿈에서 신랑은 친한 여자 동창을 살뜰히 챙기고 있었다. 물론 나도 살뜰히 챙겼다. 그런데 신랑은 나와 그녀에게 똑같은 은반지를 선물했다. 그 순간 나는 그를 바라보며, “나를 보라고! 친구 챙기지 말고! 나는 다이아 반지를 받고 싶어. 나를 보라고!” 이렇게 소리치며 잠에서 깼던 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가 다 되어갔다. 창밖은 이미 밝아오고 있었다. 바카라상에 앉아서 꿈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 건지 곰곰이 생각했다. 물론 신랑 때문은 아니다. 꿈에서 내 짝꿍이 나타났지만, 어쩌면 그는 내 안에서 나를 평가하는 또 다른 나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정작 나 자신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항상 공정해야 하고, 공평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스스로에게는 공정하고 공평했을까? 오래전 병원에서 정신과 간호사로 근무하던 시절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은 너무 자신에게 엄격하세요.” 정말 그랬던 걸까? 이 꿈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대변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은반지 말고 다이아 반지를 외쳤던 것일까? 내 안에 귀하고 독특한 개성이 있는데, 나는 아직도 진짜 나를 드러내기를 주저하는 것일까?


05 장마

장마도 예전 같지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장마가 시작되면, 한참을 내렸었는데, 지금은 열대 지방의 우기처럼 비가 내렸다 멈추고 해가 쨍쨍하는 일이 반복된다. 꼭 갱년기 증상 같다. 아침나절 비 오는 길가를 걷다가 나무에 핀 이끼를 보았다. 이끼를 보고 있으니 깊은 산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비 오는 날은 핸드폰으로 눈앞의 풍경을 담기만 해도, 한 편의 영화 같다. 특별히 구도를 잡지 않아도, 이끼를 품은 나무와 빗물을 머금은 잎,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는 가지, 그대로 아름다운 장면이 된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만드는 자연을 바라보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06 내가 누구지

희한한 7월이다. 7월 한가운데 나는 반복해서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나는 누구지?’ 이런 일이 없었는데, 해마다 7월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도 어느새 흘러가곤 했는데, 올해는 그 감정들도 좀처럼 흘러가지 않고 고여있다.


07 젖은 이불

7월의 중반이 되어서 시작된 장마는 내 몸을 젖은 이불처럼 만들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가오나시처럼 흐느적거리는 내 몸은 젖은 이불이 되어 어느새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누워 있으니 무료함이 느껴져 머리를 침대 끝에 걸치고 세상을 거꾸로 보았다. 그 모습을 안방에 들어오던 신랑이 보고 고개를 저으며 지나간다. 평소 분석하는 것을 좋아해서 몸이 무거워진 이유에 대해 찾아보았지만, 그마저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물속에 들어온 듯 모든 것이 흐릿하고 분명하지 않다. 당분간 젖은 이불인 채로 있어야 할 것 같다.


08 까만 잠자리

까만 잠자리가 방 안으로 들어와 내 가방에 앉았다. 한참을 재잘거리던 아이도, 아이의 말에 호응하던 나도 신랑도 말을 멈추고, 가만히 까만 잠자리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까만 잠자리는 나의 깊은 곳을 건드리기도 하였고, 아이와 신랑의 혼에게도 말을 전하는 것 같았다. 잠자리가 밖으로 나갈 수 있게 우리는 사방의 문을 열어 두고, 얼음처럼 굳은 채 벽처럼 서 있었다. 까만 잠자리는 다시 다른 가방에 살포시 내려앉더니, 이내 밖을 향해 미끄러지듯 날아간다. 날아가는 까만 잠자리를 향해 아이도 나도 함께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까만 잠자리 하나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하늘을 향해 쌍을 이루어 날아갔다. 까만 잠자리가 떠나자 우리는 왁자지껄 다시 재잘거렸다.


09 모르페우스

‘모르페우스는 누구지?’ 꿈과 깊은 연관이 있는 모르페우스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에 등장하는 모르페우스는 꿈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신이라고 한다. ‘꿈속에서 여러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그러면 모르페우스는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전하려는 걸까?’ 내 안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칼 융은 왜 자신의 꿈을 기록하고, 분석했을까? 꿈속에 나타나는 인물과 배경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수많은 의문을 품은 채, 나는 꿈과 현실 세계를 오가며 계속해서 알을 깨고 나오는 중이다.


7월은 나를 가장 깊이 마주한 시간이었다. 관계의 시작과 끝을 받아들이고, 왜곡된 자아상을 내려놓으며 조금씩 진짜 나를 발견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고, 나 또한 나답게 살아가는 용기를 배워가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숨을 곳은 없었지만, 그 덕분에 그동안 외면했던 가장 진실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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