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숨었더니 포토존이었다

여자 혼자 떠나는 남미 여행

by밍이

식사를 마친 뒤에는 간헐적으로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곳을 구경했다. 설명은 당연히 스페인어였다. 열심히 설명해 주신다는 건 알겠는데, 내용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렇구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나도 머쓱하게 따라 끄덕였다.

그러다 점점 목이 뻣뻣해졌다. 너무 추워 자꾸 어깨를 움츠린 탓이었다.


아까 물속에 있을 때가 그리웠다. 고작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조금이라도 따뜻할까 싶어 온천 김이 올라오는 곳에 바짝 다가가 서 있었다.

그때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무슨 말씀을 하셨다. 뜻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말 사이에서 ‘포토’라는 단어가 들렸다.

아, 사진을 찍어 주시려나 보다.

혼자 돌아다니는 나에게 아주머니들이 이따금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곤 했다. 그러면 나도 그분들의 사진을 찍어 드렸다. 이번에도 그런 줄 알고 얼른 “그라시아스!” 하며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나 이어지는 손짓을 보고 나서야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본인이 사진을 찍고 싶으니, 내가 비켜 달라는 말이었다.


아.
민망해라.

아주머니는 풍경을 찍고 싶으셨을 뿐인데, 나는 고맙다며 휴대폰까지 꺼내 든 것 아닌가. 황급히 자리를 비켰다. 추위를 피해 찾아든 곳이 하필 사진 찍기 좋은 자리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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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몇 사람이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여서 나도 얼른 따라 탔다. 춥기도 했지만, 민망해서 슬그머니 도망치고 싶었다. 차에 앉으니 찬바람도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렇게 온천 구경을 마치고 다시 한참을 달렸다. 창밖으로 이어지는 산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멀리 일렁이는 물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말도 안 돼.

푸른색이 아니었다.
분홍색이었다.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멀리 있어 빛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다시 봐도 분홍색이었다. 호수 한쪽이 조금 붉게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눈앞에 펼쳐진 물빛 자체가 분홍이었다.

주변에서는 자꾸 “플라밍고, 플라밍고!” 하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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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플라밍고가 너무 많아서 호수가 저렇게 보이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 차라리 분홍색 플랑크톤이 있다고 하면 더 말이 될 것 같았다.

스페인어 설명을 알아들었다면 바로 답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건 ‘플라밍고’라는 단어뿐. 그러다보니 그 단어와 멀리 펼쳐진 분홍빛을 어떻게든 연결해 보려 애썼다. 새들이 모여 있어 그렇게 보이는 건지, 물이 원래 그런 색인 건지.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차는 조금씩 그 분홍빛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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