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습

2026. 10. 4.

by한상훈

담배 피우는 곳에 오래 있다 보면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내 옷에 담배 냄새가 배는 것은 당연하다. 불교 용어로 훈습. 향으로 싼 종이에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는 비린내가 배는 것처럼, 무엇을 가까이하고, 무엇에 물들어 있는지에 따라 아뢰야식이 누적되는 법이다.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지독한 냄새 때문이다. 어딜 가나 냄새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죽음이라는 것은 아주 오래전 확립된 명제였다. 이런 지독한 냄새나는 곳을 벗어나기 위해선 죽음보다 좋은 선택은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이유가 있다면 몇 가지 가정과 실험의 결과라 말할 수 있다. 몇 가지 가정. 몇 가지 테스트. 그로 인해 검증해보고 싶은 몇 가지 결과가 남아있다는 점이 내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일말의 희망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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