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남이라는 저주

2026. 7. 25.

by한상훈

인간은 아무도 자신의 생을 선택할 권리가 없다. 모두 태어난다는 저주로 인해 태어나게 됐고 태어나고 나니 그다음부터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슬픈 운명이다. 처음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다음엔 욕망을 위해서. 다시 욕망을 채우고 나면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다 결국 죽음으로 치닫는다. 석가가 본 인간의 모습은 정확했고 지금도 인간의 삶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태어남이 저주라는 말을 경기에 가깝게 거부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태어남이 저주가 아니어야만 하듯 주장하는 이들. 이들을 설득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그들이 조금만 재수가 없었더라면 이 대한민국이 아닌 사람이 사람대접도 못 받는 북한 땅에서 강냉이 죽으로 겨우 배고픔을 피하며 살고 있을 것이란 사실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그저 운 좋게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상대적 풍요를 누리고 있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고통은 멀고, 먼 나라, 정확히는 자신에게 오지 않을 운명이라 확신하는 무지의 저주에 걸린 이들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선인들은 앎에 대해 이야기했고, 무지에 대해 경고했다. 무지 속에서 사람은 의미 없는 것을 위해 싸우고, 논쟁하며, 거짓을 진실로 바꾸려는 무의미한 행동을 되풀이한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있으나 공기가 없다 주장하는 이를 설득하는 것만큼이나 부질없고 가치 없는 일이다. 알지 못하는 자들의 삶은 한결같아서 그 어떤 경우에도 배움이 없기에 그들의 삶이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고 봐도 큰 문제가 없다. 그들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닌 어둠에 잠식당하고 있다. 어떤 어둠인가. 무지의 어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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