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우울함에 관하여 I)

1988년

bysiwoo

거리에 침묵이 흐르면

나는 지친 발걸음의

영혼이 되어

가로수 사이를 헤맨다.


아스팔트 위는

소리 없이 지나가는

바람들의 우울한 그림자.


외로운 침묵이 흐르는

거리에 서서


나는

쓸쓸한 영혼들의

고독한 모습들을

사랑해야만 한다.


저만치

바람들의 영혼들이

우울한 모습으로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따라간다.


왜 우는 걸까.

나는 따라 운다.


거리에 침묵이 흐르면

불다 멈춘

지친 바람들의 영혼들은

나의 온몸을 감싼다.


가슴이 검어진 나는

바람과 함께

지치고 늙어가고


어느덧 나의 발밑에

조용히 흐르던

침묵의 그림자들이

잠시

사라져 가고 있다.


88년



침묵...


말이 없음이다.

우울함에 말이 없어진 상황이었다.

전편의 시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의 상실에 대해서

우울해하고 침묵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그런 침묵의 우울한 모습들마저

사랑해야 한다. 어디로 간다 하면 따라가야 하고

울고 있다면 따라서 울어야 했다.


모든 지쳐버린 침묵의 형상들이 나와 같이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가슴마저 검게 물들고

그렇게 검게 물들인 나를 인정하고 잠시

그 영혼들은 사라져 간다.


잠시만이었다.


지금 다시 이 시를 보니 지금은 가질 수 없는 청소년의

우울함을 그 당시 다 겪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오십이 넘은 나이까지 나는 침묵을 즐기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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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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