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은 두 손으로 받으면서, 칭찬은 손을 저어 돌려보낸다.
잘했다는 말을 들으면 얼굴이 먼저 굳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손사래부터 치게 돼요. 상대가 머쓱해하는 걸 보면 또 미안합니다. 칭찬을 그냥 받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회의가 끝나고 담당자가 명함을 내밀었다. 두 손으로 받아 이름을 한 번 읽고, 탁자 위 내 앞에 놓아두었다. 탁자에는 앞 회의가 남긴 물컵 자국이 둥글게 말라 있었다. 오늘 설명이 좋았습니다. 의자를 밀어 넣다 말고 그가 말했다. 나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팀이 고생했습니다.
명함을 받던 그 손으로 칭찬은 밀어낸 셈이었다. 종이 한 장은 두 손으로 정중히 받고, 칭찬 한마디는 손사래로 돌려보냈다. 이상하게도 손을 젓는 동안에는 마음이 편했다. 받지 않으면 틀릴 일도 없기 때문이다.
사무실로 돌아와 그 명함을 수첩 사이에 끼웠다. 그날 저녁 식탁에서 회의를 다시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남은 것은 고쳐야 할 대목 세 가지뿐이었다. 들은 칭찬은 한 줄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명함은 수첩 속에 자리를 얻었지만, 칭찬은 내 안 어디에도 머물 자리를 얻지 못했다.
명함을 받으면 바로 주머니에 넣지 않는다. 회의가 끝날 때까지 탁자 위 내 앞에 둔다. 이름을 한 번 더 보고, 이야기 중에 그 이름을 불러 주려고 그렇게 둔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몸이 먼저 안다. 받는다는 건 손에 쥐는 순간이 아니라, 잠시 앞에 놓아두고 들여다보는 그 몇 분이다.
칭찬에는 그 몇 분이 없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이 먼저 올라간다. 그날 그 말도 명함처럼 탁자 위에 잠시 놓아두었다면, 나는 거기서 무엇을 읽었을까?
밀어내는 까닭이 겸손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칭찬을 받아 버리면 다음에도 그만큼 해내야 할 것 같다. 갚을 길 없는 빚을 지는 기분도 든다. 아니라고 해 버리면 빚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칭찬을 지우면, 그 말을 건넨 사람의 마음도 함께 지워진다. 말을 고르느라 쓴 몇 초, 나가려다 의자를 밀어 넣으며 한 번 더 건넨 그 한마디. 손사래는 그 수고까지 없던 일로 만든다.
첫째, 손사래 대신 돌려줄 한 문장을 미리 정해 둔다. 고맙습니다, 그 말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지어내려 하면 입에서 아니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길지 않아도 된다. 하나만 정해 두어도 손이 덜 올라간다.
둘째, 받은 명함 뒤에 그날 들은 칭찬 한 줄을 적는다. 명함이 없으면 수첩 귀퉁이도 좋고 휴대폰 메모도 좋다.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들은 그대로 열 자 남짓이면 넉넉하다. 적어 두는 순간, 칭찬은 그날 하루를 넘겨 살아남는다.
셋째, 오늘 누군가에게 좋았던 점을 말해 주고, 상대가 손사래를 치면 한 번만 더 말한다. 아니에요, 를 지나 두 번째 말이 닿는 순간 상대의 얼굴을 지켜본다. 굳었던 얼굴이 풀리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칭찬을 끝까지 건네 본 사람은, 자기가 받을 차례에도 덜 도망친다.
많은 사람이 손사래를 겸손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둘은 순서가 다르다. 겸손은 말을 받은 다음에 하는 일이고, 손사래는 말이 도착하기도 전에 문을 닫는 일이다.
나는 지금도 손이 먼저 올라간다. 요즘은 올라가려는 그 손으로 탁자 위 명함을 한 번 만진다. 종이 모서리가 손끝에 닿는 사이 한 박자가 지나가고, 그 틈에 고맙습니다가 먼저 나온다.
받아 둔 칭찬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치는 날, 수첩을 펴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 오늘 하나만 : 오늘 들은 칭찬 한마디를 명함 뒤에 적어 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