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Joaquín Sorolla의 그림에서 시작된 저의 개인적인 상상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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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칸쿤. 소다색 카리브해와 언제나 쨍쨍한 날씨. 사람들은 이곳을 천국이라 부른다. 어느 정도는 나도 동의한다. 축복받은 기후와 아름다운 바다는 그 누가 보아도 사랑스럽다.
칸쿤을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은 신혼부부이다. 그들은 들뜬 표정으로 내가 일하고 있는 이 리조트에 들어와, 안내를 받고 웰컴 드링크를 마시며 꿈과 같은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곤 비키니와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서 수영하고, 수영장 파라솔 밑에 누워 쉰다. 가끔은 가족들이 오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는 아이들이 바다에서 노는 동안 비치 바에서 칵테일을 주문하고 아이들을 즐겁게 구경한다. 미국에서 온 손님이 가장 많고, 가끔은 아시아에서 오기도 한다. 참, 이렇게나 먼 곳까지 오다니, 대단하다.
나는 칸쿤의 고급 리조트에서 일한다. 주로 하는 일은 어부들이 잡은 생선을 주방에 전달하는 일, 고객들이 놓고 간 타월들을 회수하는 일, 비치 바 주문받는 일 등등. 사실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게 하는 모든 일들을 하고 있다. 나는 20살이다. 20살인데, 학교에 가지 못했다. 이쯤 되면 그 이유가 궁금하겠지. 나는 가난하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대학교에 보낼만한 돈이 없었고, 오히려 내가 얼른 일을 시작하기를 바라셨다. 어머니가 하시는 청소일과 아버지가 하시는 막노동으로는 우리의 삶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이 리조트에 왔다. 벌써 일을 한 지 일 년이 다 되어간다.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 특히나 나는 체육을 아주 잘한다. 그래서 체육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 돈이 없다는 것은, 사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부모님을 원망했는가? 그렇지 않다. 부모님의 사정도, 나를 대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그들의 마음도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의 어쩔 수 없다는 그 대답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일을 찾을게요.” 그 말만 했을 뿐이다.
비릿한 생선 냄새. 나에게선 항상 그 냄새가 난다. 어부들은 나에게 거의 생선을 던지다시피 한다. 가끔은 진짜 생선에 맞기도 한다. 생선을 가지고 주방으로 가면 주방장은 항상 투덜댄다. “오늘도 생선 상태가 별로야. 도대체 어부들은 뭘 잡는 거야?” 나는 그 말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저 빠르게 빠져나와 손님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리조트에는 수영장이 열개가 넘는다. 리조트 앞의 바다는 정말 드넓어서, 그곳에 빠지면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의 주 수입원은 사실 팁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직원들은 팁을 받으려고 애를 쓴다. 가끔은 멀쩡한 선글라스를 닦아주고 팁을 바라는 직원들도 있고, 썬베드를 햇빛에 피해 옮겨주고서는 가지 않고 서성거리는 직원들도 있다. 대개 이 리조트에 온 손님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라 우리의 그런 보이지 않는 애원을 못 본체 하지 않는다. 지갑을 시원하게 여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받을 때마다 기분이 찝찝한 건 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다르지 않다. 돈을 벌어야 했기에, 나도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한다.
어느 오후, 한 부부가 세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남자가 나이가 아주 많았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여자는 30대 정도 되어 보였는데 남자는 아무리 봐도 60살은 훌쩍 넘은 것 같았다. 목에 금목걸이를 하고 금팔찌를 차고, 명품 옷을 입은 것으로 봐서는 엄청난 부자인 것 같았다. 남자는 바다가 제일 잘 보이는 썬베드에 가서 바로 누웠다. 여자는 그 옆에서 잡지를 펼쳐 보며 칵테일을 홀짝 댔다. 아이들은 바다로 가서 놀고 있었다.
내가 바다를 지나칠 무렵, 남자가 나를 불렀다.
“어이!”
처음에는 나를 부른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건 사람을 부를 때 쓰는 게 아니지 않은가? 내가 뒤를 돌아보지 않자, 남자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어이, 비린내 나는 꼬마! 못 들었나?”
나는 20살이지만, 아직도 꼬마라는 말에 반응한다. 우리 엄마가 어린 시절 나를 꼬마라고 불렀기 때문일까. 나는 본능적으로 멈춰 섰다. 비린내가 난다는 말을 무시했다.
“부르셨나요?”
"떼낄라 한 잔 주게. 그리고 귀 좀 파고 다녀. 여기서 일하면 귀는 좋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의 무례한 말에 나는 기분이 퍽 상했지만 티 내지 않았다. 그저 “네.”라는 말과 함께 떼낄라를 가지러 갔을 뿐.
그날따라 손님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나를 찾고, 이상하게도 내 구역에 원래 직원이 두 명은 더 있어야 하는데 나만 있는 것이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작열하는 태양에 탈진할 것 같았다. 그런데, 한 아이가 바다에서 나와 나에게 다가왔다. 작은 꼬마였다. 고작 10살 정도 되어 보였다.
"아저씨, 수영하는 법 알아요?" 정말이지, 그건 뜬금없는 말이었다.
“당연히 알지. 그건 왜?”
“그럼 저한테 수영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 형들이 저는 수영을 못한다고 놀리잖아요.” 아이는 심통 난 표정이었다.
문제는 내가 너무 바쁘다는 것이었는데, 왠지 이 아이의 청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아이가 무언가를 가르쳐달라고 할 때, 그걸 거절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내 옆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호르헤에게 잠시만 내 구역을 맡아달라고 말하곤 아이의 손을 잡고 바다로 갔다.
그리곤 최선을 다해 수영을 가르쳐주었다. 아이는 곧잘 배웠다. 발을 젓는 힘이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다. 아이는 신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이제 혼자 해볼래? 내가 지켜볼게.”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이렇게 기쁜 일이다.
“한 번 해볼게요.” 아이는 결연한 표정으로 바다에 조심스레 뛰어들었다.
아이는 배운 대로 수영을 했다. 그를 지켜보는 형들도 놀란 듯이 꼬마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들은 나를 동경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나는 왠지 뿌듯해져서 싱긋 웃었다.
그 순간, 아이의 두 배는 되는 파도가 서서히 다가왔다. 느리게 다가왔지만, 너무 늦게 발견했다. 나는 아이를 잡으려고 몸을 날렸지만, 이미 아이는 파도에 휩쓸렸다. 저 멀리, 파도는 바다 한가운데로 아이를 데려가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소다색 파도가 더 이상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파도를 거슬러 수영을 했고, 뒤에서는 여자의 비명소리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열심히 수영을 한 건 처음이었다. 나는 간신히, 괴물 같은 파도 속에서 아이의 다리를 잡았다. 아이는 두려운 표정이었지만 나를 보고 안도감을 느낀 듯 내 목을 껴안았다.
순식간에 파도가 멎었다. 잔잔한 호수처럼 조용한 바다에서 나는 다리를 최대한 빨리 움직여 물에서 나왔다. 나오자마자,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울었다. 그 옆에는 무례했던 남자가 서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곤 내 얼굴을 아주 세게, 아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강하게 때렸다. 나는 모래에 나가떨어져 일어나지 못했고, 남자는 내 위로 올라와 나를 계속 그 단단한 주먹으로 때렸다. 반쯤 뜬 눈 사이로 보이는 그의 금목걸이와 금팔찌가 햇빛에 반짝이며 작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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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측에서는 가족들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난, 나의 첫 온라인 게임에서 잘렸다. 다시 일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어차피 선생님 같은 건 되지도 못할 운명이었다고, 그런 자바카라감으로 가득한 채 짐을 쌌다. 매니저는 화가 나서 나에게 욕을 했고, 다른 직원들은 내 뒤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부풀려 말하고 있겠지. 오늘은 그저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싶었다. 부모님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됐다.
짐을 싼 후, 잠시 바닷가에 앉았다. 해가 지고 있어서, 썬베드엔 사람이 많이 없었다. 다들 아마 저녁을 먹으러 갔을 것이다. 나는 금빛으로 황홀하게 빛나며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잔잔하게 내 발에 닿을 듯 말 듯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파도를 응시했다. 해가 지면 갈 거야. 해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면. 나는 한참을 앉아있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작은 움직임이었다.
“아저씨.” 아까 수영을 가르쳐준 아이였다.
“안녕. 이젠 수영할 수 있지? 아깐 내가 미안했어.” 미안한 건 진심이었다. 무서웠을 것이다.
“아저씨 덕분에 형들이 제가 멋있대요. 아저씨, 죄송해요. 아빠가 때려서, 그래서..” 아이는 나의 셔츠 자락을 잡고는 중얼거렸다.
“난 괜찮아. 정말이야.”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눈물이 흘렀다. 아이에게 고마워서, 나에게 미안해서, 햇빛이 너무 붉어서, 바다가 너무 잔잔해서.
아이는 파도 속에서처럼 내 목을 작은 손으로 있는 힘껏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