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으로 남은 여름의 문법
유리병 안에는 오래된 여름이 들어 있다.
더위에 그을린 까무잡잡해진 피부처럼
유리병 안에는 사계절이 여름 뿐이었다.
검은 액체가 빛을 통과하지 못하는 동안 얼음은 제 몸의 경계를 허물고, 투명해지는 일만으로도 무언가를 잃을 수 있다는 듯 컵의 안쪽에 희미한 물을 남긴다.
뚜껑을 여는 순간 작은 폭발이 일어난다.
누군가에게는 축제의 시작이고 누군가에게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오후의 마지막 소리.
탄산은 혀끝에서 짧게 소멸한다. 살아 있다는 감각은 어쩌면 이토록 사소한 통증으로만 자신을 증명하는 것인지 모른다.
나는 검은 단맛을 삼킨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것은 갈증을 해결하는 액체가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날들의 잔여물. 한때 무엇이든 영원할 수 있다고 믿었다. 녹지 않는 얼음과 마르지 않는 입술과 다 마신 뒤에도 식탁 위에 남아 있을 누군가의 온기 같은 것들. 그러나 병은 비어 가고 얼음은 물이 되고 손바닥에 맺힌 물방울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흘러내린다.
세상은 늘 이런 방식으로 사라지는 것들에게 이름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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