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에게 다시 목소리를 건네는 일
아무런 해(害)가 없는 달콤함이 있다.
귀의 이명처럼 고요를 벼리던 밤이 제법 두터운 결을 풀고 젖어들 때, 공기의 미세한 주름 사이로 보이지 않는 설탕 알갱이가 스며든다.
그것은 혀끝에 닿기도 전에 온몸의 모공을 먼저 적시는 당밀, 스피커의 미세한 진동이 심장의 박동과 엇갈리다 기적처럼 하나의 박자로 맞물리는 순간 오랜 시간 엉켜 있던 뼈마디가 스르르 풀려나간다.
비올라의 저음이 바닥을 짚고 아득히 내려앉으면 지하실에 재워두었던 옛 기억의 포도주가 잘 익은 목울대를 타고 서서히 번져오고, 그 묵직한 당도 위로 맑은 피아노의 타건이 유리알처럼 투명한 단맛의 파편을 와르르 쏟아낸다.
우리는 아픔도 없이 혀를 깨물고, 눈물인지 단비인지 모를 액체에 겨워 귀를 기울인 채 영혼의 허기를 달래곤 한다. 세상 모든 날카로운 모서리들이 그 선율의 부드러운 당의(糖衣) 속에 파묻히는 시간.
이 달콤함은 썩어 문드러지는 꿀이 아니라 상처 난 영혼의 결을 에두르며 가만히 아물게 하는 투명한 연고, 소리로 빚어낸 가장 깊고 은밀한 온기다.
소리가 멎고 정적이 다시 방 안을 채워도 귓가에 남은 끈끈한 여운은 쉽지 지워지지 않아 우리는 잠든 이의 숨소리 속에서도 끝내 그 감미로운 악보를 마저 읽어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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