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이 장례를 치르는 방
바늘이 톱니를 갉아먹으며 태엽의 장례를 치르는 시각,
하얀 벽 위에는 네모난 공허가 하나의 눈을 뜨고 있다.
째깍, 그 한 마디는 이미 죽어버린 과거가
미래의 목덜미를 조용히 베어 무는 소리.
우리는 모두 시계의 거대한 배 속에서 자라났다.
왼쪽으로 쏠리는 심장의 울림조차
정교하게 맞물린 톱니바퀴의 오차 범위 안에서
잠시 빌려 쓴 숨결에 불과하다는 걸
늙은 기술자는 방 안의 먼지 속에서 깨달았을까.
어제와 내일이라는 허상의 국경선 위에서
초침은 피 흘리지 않는 칼날처럼
오늘의 목숨을 묵묵히 저미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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