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信號)

도달하지 못한 것들의 파동

by구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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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별의 유언, 망막의 안쪽에 고요히 꽂히는 옹이구멍이다.


이름을 지우고 나면

뼈만 남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 캄캄한 해저(海底)를 둔갑시킨 등대에 갇혀 산다.


가장 깊은 침묵은 소리의 상처로 피어나는 법, 바람이 스쳐간 빈 숲의 결을 만지듯 그대의 숨소리가 가닿은 지평선 너머에서 거대한 수문이 삐걱이며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단절이 안부를 묻는 밤, 우주가 비어 있어 서로를 견뎌야 했던 것처럼 우리는 서로의 눈동자에 닻을 내리고 가장 아픈 주파수로 스며드는 통증을 앓는다.


닿지 않기에 더욱 선명한 파동이여, 길을 잃은 자만이 겨우 알아채는 최후의 좌표여, 오늘 밤도 세계의 끝에서 깜빡이는 그대여, 나는 그 침묵의 암호 앞에 엎드려 눈을 뜬다.


우리는 서로에게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침묵을 발신해야 하는가. 꺼진 전등 아래에서도 어둠은 제 나름의 언어로 깜박이고, 아무도 읽지 않는 하늘의 문장들이 밤마다 지구의 바깥을 통과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신호를 기다렸다.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줄

어떤 파동,

어떤 진동,

나의 고독과 타인의 고독이

우연히 같은 주파수에 놓이는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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