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들우드 : Sandalwood

빛이 오래 머문 나무의 색

by구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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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불에 타면서 비로소 자신이 어떤 냄새를 품고 있었는지 말해 준다.

어릴 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나무는 나무였고, 불은 불이었다. 둘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타버린 것은 결국 재가 되고, 재가 된 것은 누구도 다시 나무라고 부르지 않으니까. 그러나 오래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의 방을 정리하다가 서랍 가장 안쪽에서 작은 나무 상자 하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냄새에도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상자는 손바닥보다 조금 컸다. 표면은 오래 만져진 탓에 군데군데 반질반질했고, 모서리에는 세월이 이빨처럼 조금씩 닳아 있었다. 뚜껑을 열자 마른 나무 냄새가 났다. 정확히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냄새였다. 흙 같기도 했고, 오래된 바카라장 같기도 했으며, 비가 그친 뒤 창문을 열었을 때 방 안으로 들어오는 서늘한 공기 같기도 했다.


상자 바닥에는 한 줄의 글자가 적혀 있었다.


Sandalwood.


아버지는 늘 나무 냄새가 났다.

정확히는 나무를 자른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톱밥과 땀, 기름과 오래된 천이 섞인 냄새.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버지는 작업복을 벗지도 않은 채 부엌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손톱 밑에는 검은 먼지가 끼어 있었고, 손등에는 작은 상처들이 많았다.


나는 그 손을 싫어했다.

친구들의 아버지는 깨끗한 셔츠를 입고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지만, 우리 아버지는 늘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의자 다리를 고치거나 문짝을 깎거나, 이미 멀쩡한 서랍을 다시 뜯어 맞추었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으면 아버지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사람이 쓰는 건 다 조금씩 망가지는 거야.”


그 말이 이상하게 싫었다.

망가지는 것을 고치는 사람이면서, 망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얼굴도 싫었다. 그래서 나는 자라면서 아버지와 닮지 않기 위해 많은 것을 버렸다. 낡은 신발을 버렸고, 오래된 가구를 버렸고, 이사할 때마다 필요 없는 것들을 먼저 버렸다. 아버지가 남긴 물건들도 대부분 처분했다. 끝내 버리지 못한 건 나무 상자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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