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지나간 뒤 남은 감정
붉음보다 조금 더 깊은 곳에 있다. 막 피어난 장미의 선명한 얼굴이 아니라, 꽃잎이 몇 번의 밤을 지나며 품게 된 색. 빛을 받으면 붉게 타오르지만, 빛이 물러난 자리에서는 자주와 검붉은 그림자가 천천히 스민다. 그래서 딥로즈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뜨거움보다 먼저 오래된 마음이 떠오른다.
한때는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뜨겁고, 미련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아름다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다시 시작되지도 않았다. 다만 계절처럼 마음 한구석에 머물렀다.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어떤 기억들은 지워지는 대신 색을 깊게 만든다.
지하실의 벽면에 핀 곰팡이가 가장 먼저 붉어질 때,
우리는 계절의 이름을 부르는 법을 잊었다.
그것은 피가 아니라, 너무 오래 잠겨 있던
문짝의 틈새로 스며든 침묵의 농도였다.
Deep Rose.
사랑이 지나간 뒤 남은 감정.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