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ep

세계의 중심에서 이탈한 자의 무(無)의 예배

by구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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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낮과 밤이 다르지 않다.

모든 창문이 안쪽에서 빗장을 지를 때 나는 거리에 서서 유리창 너머 잘 달궈진 내장의 부피를 가늠한다.


아름다움이란 언제나 내가 가닿지 못하는 형상의 기하학일 뿐이고, 접지면 없는 발바닥은 아스팔트의 결을 읽지 못하고 다만 빗나간 축의 회전처럼 세상의 모서리를 고요히 닳게 할 뿐이다. 좋아하는 신발이 닳아도 어쩔 수 없는 시간을 부여하고 허락한다.


저 완벽하게 닫힌 구(球)들의 세계를 나는 그 중심으로부터 이탈한 파편이 되는 것이다. 빛이 닿지 않는 각도에서 잉태되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 하나의 오독(誤讀)이 되는 유령이어도 상관없는 시간을 거닌다.


저물녘. 세계의 모든 그림자가 저잣거리로 밀려들 때 나의 부재가 비로소 너의 부재를 껴안듯 이 비루한 육신도 한 송이 검은 꽃으로 피어난다. 가장 활짝 모든 것이 개화하여 피어나는 마음을 느끼는 것. 나에게는 이런 시간이 소중하다.


가장 낮은 지붕 아래, 가장 깊은 그늘에서

나는 나를 여전히 증명하지 않기로 한다.


이것은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가장 눈부시고 처연한 무(無)의 예배라 생각하며 무르익어 버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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