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으려 했던 것들의 빛
창살 없는 감옥처럼 빛 한 줄기 허락지 않는 방. 세상의 소란은 두꺼운 유리 너머로 희미한 그림자처럼 스쳐 갈 뿐이다. 바깥은 온통 푸른 봄날이거나 가슴 저리도록 시린 눈밭이겠지만, 내가 만지는 것은 오직 차갑고 촘촘하게 닫힌 격자의 침묵.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늘 속에서 손끝으로 세상의 결을 더듬어 본다.
빛을 가린 건 세상의 눈일까, 아니면 두려움에 닫아버린 내 마음일까.
블라인드를 올리면 눈이 멀 것 같은 진실과 마주할까 봐 오늘도 나는 닫힌 채로 제자리에서 서서히 낮과 밤을 지운다.
하지만 어둠이 깊어질수록 창틈 사이로 스며드는 가느다란 은빛 스스로 가둔 방 안에서도 별은 숨결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쏟아지는 먼지 같은 회한 그것마저 아스라한 온기인 것을 비로소 깨닫는 순간 내 안의 빗장이 스르륵 풀려난다.
바람에서는 비릿한 향기가 났다.
틀림없이 비가 내릴 것이라 예감한다.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보다, 보지 않으려는 것에 더 오래 속는다.
눈을 감는다고 세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보이는 것들의 윤곽이 잠시 마음의 바깥으로 밀려날 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블라인드라고 불렀다. 창문 앞에 드리워진 얇은 천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과 보아서는 안 될 것 사이에 스스로 내려놓은 한 겹의 막.
어쩌면 우리는 모두 조금씩 블라인드 뒤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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