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줄도 모르던 날에 기대어
흐린 안개가 저무는 계절의 밑동을 짓이겨 내릴 때,
그저 닳아버린 구두굽처럼 묵묵히 보도블록의 결을 세었다.
집으로 돌아와 문 앞에 도착해 있는 새로운 노란색 컨버스를 신어 본다.
새 신발이 주는 묘한 기분. 쌀쌀한 기운에 컨버스 색에 맞춰 적당한 두께의 노란색 스웨터를 꺼내 입었다.
빛은 언제나 너무 늦거나 너무 일찍 도착했고,
바람은 뼈마디 사이로 스며들어 서늘한 빈칸을 남겼다.
그러나 엉킨 실밥 같은 날들 속에서도 어떤 결실은 끝내 흙을 뚫고 솟아오르는 용기 하나를 믿기로 하면서
마음은 저물어가는 해처럼 편안해졌다.
상처가 아물어 단단한 결절이 된 자리마다 지독하게 푸른 사유의 꽃봉오리가 맺힌다.
그날이 오면 오래도록 침묵하던 심장의 태엽이 제 자리를 찾고, 내가 흘렸던 소금기 어린 눈물은 가장 투명하고 눈부신 단비가 되어 이마를 적신다.
모든 어스름이 걷히고 눈부시게 열리는 저 가없는 수평선 위로, 나의 가장 달콤한 하루가 지상에서 가장 무거운 찬미와 함께 고요히 피어오른다.
어떤 날은 지나가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침은 평소와 같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은 어제와 다르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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