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gin' On You

누군가를 좋아하고 끌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by구시안
밀란 구시안.jpg

당신을 안다는 말은
얼마나 오만한가.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는 일이다.

비가 오려는지 따사롭게 내리던 햇살이 구름에 가려졌다.


사람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평생을 들여다보고도 끝내 그 사람의 침묵 하나 해석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것은 저 하늘과 닮아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끌리는 것은 이런 날씨와 비슷하다.


혼자만의 흐림.


나는 당신을 파지 않았다.
당신의 말 아래 묻혀 있는 말을,
당신의 웃음 아래 웅크린 슬픔을,
당신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지나온
수많은 밤의 퇴적을
조심스럽게 만져보았을 뿐이다.


사람의 마음에는
지도에 없는 지층이 있다.

어제의 상처가 오늘의 성격이 되고
어릴 적 삼킨 한마디가
오십 년 뒤의 침묵으로 돌아오는 곳.

나는 당신의 그곳을 오래 바라보았다.


파내려갈수록
당신은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넓어졌다.

한 사람의 내부가
하나의 우주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나는 당신을 통해 배웠다.

당신에게 가까워질수록
나는 당신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이상한 일이다. 사랑은 거리를 좁히는 일이 아니라 끝내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견디는 일인지도 모른다. 당신의 마음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순간마다 당신은 한 발짝 더 깊은 곳으로 물러났다. 나는 그때마다 삽을 내려놓았다. 더 파는 것은 당신을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의 미지까지 훼손하는 일이 될 것 같아서. 그러나 돌아서는 순간 발밑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내가 파낸 것은 당신이 아니라 나였다.


당신에게서 발견한 두려움은
내 안에도 있었고,

당신이 감추었던 외로움은
내가 오래 이름 붙이지 못했던 것이었다.


당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던 눈이
어느 순간
내 상처를 보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타인을 깊이 이해하려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도착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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