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變身)

어제의 나를 벗고, 나에게 가까워지는 일

by구시안
구시안 변신.jpg


껍질을 벗는 밤은 조용하고, 낡은 기억들이 방바닥에 수북이 쌓인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귀 끝을 간지럽히는 바람 속에서 낯선 지느러미가 돋아나고, 등 뒤로는 날개가 펼쳐질 듯 부풀어 오른다.


더 이상 예전의 무게로 걷지 않는다. 어제의 내가 남겨둔 낡은 신발을 뒤로하고, 한 걸음, 가볍게 공중으로 흩어지는 숨결.


나는 이제 바람의 무늬를 읽고 빛의 속도로 새벽을 건너는 완전히 새로운 생명.

어둠 속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가장 눈부신 나의 계절.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래도록 자신 안에서 죽어가던 것들을 하나씩 떠나보내고, 남은 것들 위에 새로운 자신을 세우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나는 한때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어른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 정한 마음은 끝까지 지키고, 한 번 내린 선택은 쉽게 뒤집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같은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 그것이 단단함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단단한 사람은 변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껍질을 깨고 나올 줄 아는 사람이었다.


시간은 사람의 생각보다 정직하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오래된 상처는 걸음걸이에 남고, 지나간 사랑은 말투에 남으며, 포기하지 못한 미련은 사소한 순간마다 고개를 든다. 우리는 그것들을 없애려고 애쓰지만, 결국 알게 된다. 지나간 것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변신은 지우는 일이 아니다.

어제의 나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과거를 실패로 규정하는 일도 아니다. 내가 지나온 모든 계절을 데리고 지금의 나에게 도착하는 일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구시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자각(自覺). 나의 시들지 않는 문학이라는 꽃잎을 위해. brunch + 351日.

1,68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2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19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