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만큼 솔직한 것도 없으니 말이다.
아주 단조롭게 하루를 만든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사소한 일들 하나하나가 경이로워질 수 있다면, 더 이상 모험심 따위는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가끔 도시를 걷다 보면 세상의 종말 같은 자극을 느낀다.
부시고 무너지거나,
새로운 것이 생기지만 전혀 발견하지 못하는 항상 새로운 것만 마주치기 때문이다.
읽을 줄도 모르고 말상대가 없더라도, 나의 감각과 결코 슬퍼할 줄 모르는 하루를 단순하게 만든다면 영혼만 갖고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온 세상의 구경거리를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극히 무미건조한 것들로 일상을 채워 아주 사소한 일도 재미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회사의 근무시간 동안 나에게는 탈출의 환상과 머나먼 섬에 대한 나른한 꿈을 상상하기 바쁘다.
다른 풍경
다른 감정이
혹은 다른 내가 왔다가 가곤 하는데, 좀처럼 단조로운 하루를 보내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실감할 뿐이다.
가끔은 투명인간처럼 보이지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되고 싶다.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얼마나 신나겠는가.
하지만 머리털 한 올만큼도 다르지 않은 또 다른 이름의 단조로움이 지겨운 일상을 버티고 있을 뿐이다.
사실이란 건 모두 그저 꿈같다.
뒤로 넘기고 나면 모두 죽어 있는 물건들일뿐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빵빵거리는 복잡한 도로와 신호등 사이에 켜진 깜박이는 숫자의 줄어듬에 마음만 바빠질 뿐이다. 다시 비명을 지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원초적인 상태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 목소리가 튀어나올 때면 제정신을 잃고 겁에 질리기 바쁜 도시다.
내 마음이 병들었고 희다면 푸른 밤하늘에 떠오르는 보름달을 적는다.
혹은 사진들을 꺼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삶으로 가득한 기억이야말로 소멸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지는 않았다. 사진 속 장면 하나가 바깥으로 빨려 나간 듯한 느낌을 받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이 이런 시간이 고요하며 평화롭다.
누군가 치유해 주길 바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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