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을 녹이는 시간

시간이 필요한 일

by구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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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단단한 모서리가 제 몸을 무너뜨리는 데 걸리는 시간.

그것은 침묵의 속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뜨거운 물 속으로 가라앉는 순간, 중심은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르지만, 소리는 찻잔의 벽을 넘지 못한다. 입자들은 결별을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단단한 영토를 조금씩 포기하며

투명한 물속으로 스며든다.


내 손으로 저어주며 스푼의 궤적을 따라 세계는 조금 더 무거워지고, 달콤해지고, 그리고 마침내 완전히 섞인다. 설탕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단지 녹아버린 이름과 가라앉지 않는 온기뿐이었다.


설탕은 서둘러 녹지 않는다.


뜨거운 물에 떨어뜨려도 처음에는 바닥에 가라앉아 제 모양을 지킨다. 투명한 잔의 밑바닥에서 작은 결정들은 서로의 몸을 기대고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저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 녹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모양을 포기할 수 있을 때 시작되는 일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무엇이든 오래 붙잡았다.

사람도 그랬고, 사랑도 그랬으며, 한때 내가 옳다고 믿었던 생각도 그랬다. 떠나려는 사람의 소매를 붙잡고, 이미 식어버린 관계의 가장자리에서 아직 남아 있는 온기를 찾았다. 끝났다는 말을 믿지 못해 끝난 것들에 자꾸만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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