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라디오

소소한 순간에 감동인 목소리

by구시안
구시안 라디오.png


가만히 앉아 햇살을 받으며 라디오를 듣는다.


어쩜, 가수라는 사람은 사람의 가슴을 울리게 하는 목소리를 갖고 있는 것인지, 음악이라는 것에 빠져 가수의 목소리에 그 음악을 만든 작곡가와 작사가의 선율에 빠져 가만히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음악의 달콤함에 빠져 있다.


가만히 앉아 햇살을 받으며 라디오를 듣는다.

어쩜, 가수라는 사람은 사람의 가슴을 울리게 하는 목소리를 갖고 있는 것인지, 부러운 재능이다. 음악이라는 것에 빠져 가수의 목소리에 그 음악을 만든 작곡가와 작사가의 선율에 빠져 가만히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음악의 달콤함에 빠져 있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이 자동으로 모아지게 되는 경지에 가창력을 뽐내는 가수의 목소리는 가사에 맞게 모든 감정을 갖고 있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이 바닥에 길게 누워 있다.
나는 그 빛을 바라보다가 다시 라디오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음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흘러나오고 있다. 사람의 하루가 얼마나 많은 일들로 뒤엉켜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노래는 정해진 길을 따라 천천히 흘러간다.


이상한 일이다.

노래에는 주소가 없는데도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면 어떤 장소에 도착한다. 오래전 살았던 집의 계단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기다리던 버스 정류장일 수도 있으며, 이제는 이름조차 희미해진 어느 사람의 얼굴일 수도 있다.

음악은 신기하게도 기억보다 먼저 도착한다.


기억은 애써 꺼내야 하지만 음악은 아무런 허락도 구하지 않는다. 한 소절이 귀에 닿는 순간, 오래 닫아두었던 서랍 하나가 저절로 열린다. 그 안에는 잊었다고 생각했던 계절이 있고, 그 계절을 함께 건너던 사람이 있고, 그때의 내가 있다.


나는 가끔 내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나를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말하지 못했던 마음까지도 노래는 알고 있는 것처럼 흘러간다. 기뻤던 날에는 기쁨을 더 크게 만들고, 슬펐던 날에는 슬픔의 가장자리를 둥글게 깎아준다. 어떤 음악은 상처를 치료하지 않는다. 다만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음악은 충분히 다정하다.


라디오에는 얼굴이 없다. 보이는 라디오라는 게 있다지만, 나는 집안에서 텔레비전을 치워버린 지 오래되었다.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한 소통과 느낌의 전달을 좋아한다. 여전히 아날로그가 좋은 동묘에서 사 온 라디오는 꽤 쓸만하다. 누구에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지나온 세월만큼 그래서 더 오래 들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텔레비전처럼 누군가의 표정을 보여주지도 않고, 화면처럼 나를 붙잡아두지도 않는다. 목소리와 멜로디만으로 어딘가에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라디오는 알고 있는 듯하다.


생각해 보면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곁에 있을 때보다 떠난 뒤에 더 선명해지는 사람이 있다. 함께 있을 때는 몰랐던 말투와 걸음걸이와 웃음소리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하나의 음악처럼 기억된다. 그때는 귀찮다고 생각했던 말 한마디가 어느 날 문득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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