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안식
오랜 세월 비바람이 할퀴고 간 화강암 담벼락 아래, 햇살이 닿지 않는 서늘한 음지에서 그것은 조용히 지문을 넓혀간다. 눈부신 신록이 소란스럽게 계절의 경주를 벌일 때, 모스그린은 그 어떤 화려한 축제에도 기웃거리지 않고 단단한 침묵 속에서 스스로의 밀도를 채워간다. 그것은 초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으되, 생동하는 젊음보다는 오히려 대지가 품은 오랜 기억과 연민에 더 가까운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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