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리나 작은 편지 (5)
일본 여행을 무사히 다녀온 프리랜서 번역가, 김연경(영어 이름 리나)입니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숨 막히지 않는 가을이 우리를 찾아왔어요.
여러분은 어떤 가을을 보내고 있으세요?
이번에 저는 가을의 경험으로 일본어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몇 해 전 9월, 지리멸렬하게 관계를 끌고 가던 인연과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서로의 그릇이 부족해 파멸을 맞이한 연애. 그러나 신뢰하던 사람이었기에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제 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가 올 때 뛰어들어 치일까 고민했으나, 차마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내일 친구에게 헤어졌다고 말한 다음에 죽겠어.’ 그다음 날에는 ‘내일 납품해야 할 번역 작업을 끝내고 죽겠어.’ 매일 저만의 약속을 억지로 만들고 이를 지키면서 하루하루를 벌어 나갔습니다.
꽤 시간이 흘렀네요. 지금 저는 지옥의 시간을 건너 살아남았습니다.
여기서 얼마 전 다녀온 나오시마를 말해 봅니다. 다카마쓰에서 1시간 정도 페리를 타고 들어가면 등장하는 예술의 섬, 나오시마. 작품 <노란 호박(黄色いかぼちゃ)>으로 유명한데요. 아니, 글쎄, 한국인 예술가의 미술관도 있더라고요.
검은색, 흰색, 회색, 간단함, 돌. 이우환 미술관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 그의 작품은 간단해 보이고 너무나 여백이 많습니다. 오히려 저는 여유가 없었기에 끌렸습니다. 특히 작품인 침묵의 방 ‘관계항-침묵(沈黙の間 「関係項-沈黙」)’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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