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세탁기가 없던 시절, 엄마와 동네 아줌마들은 대야와 빨랫감을 이고 개울가로 모였다. 넓적한 돌판 위에 옷을 펼쳐놓고 방망이로 두드리면 철썩철썩 물소리가 났다. 빨래하는 손은 바빴지만 입은 더 바빴다. 누구네 집 아들이 공부를 잘한다더라, 누구네 며느리가 아이를 가졌다더라.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물길을 따라 흘렀다.
아줌마들이 돌아가고 나면 개울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물속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들이 남았다. 주머니에서 흘러나온 십 원짜리와 오십 원짜리, 때로는 귀한 백 원짜리 동전이었다. 빨래를 물에 담그고 헹구고 힘껏 털어내는 동안 동전들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개울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왔는지, 주인이 잃어버린 사실을 알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겨울이 오면 개울물이 줄고 가장자리가 꽁꽁 얼었다.
어느 날 오빠와 언니가 호미와 쇠꼬챙이를 들고 개울로 나갔다. 나도 보물 찾기에 끼어 뒤를 따라갔다. 얼어붙은 땅을 쪼개자 검은흙 사이로 동전 하나가 얼굴을 내밀었다. 손끝이 얼얼해지는 것도 잊고 우리는 땅을 팠다.
“여기 또 있다!”
동전 하나를 찾을 때마다 금덩이라도 발견한 듯 소리를 질렀다.
흙을 털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동전은 차갑고 단단했다. 몇 개를 모으니 주머니가 제법 묵직해졌다. 그것은 엄마와 아줌마들이 무심코 흘린 돈이었지만, 우리에게는 겨울 개울이 내어준 보물이었다. 우리는 그 돈으로 무엇을 사 먹을지 궁리하며 집으로 달렸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동전을 누군가 먼저 먹고 있었다는 것을.
개울 바닥 가장 어두운 돌 틈에 작은 괴물이 살았다. 녀석은 아줌마들의 치맛자락과 바지 주머니에서 흘러나온 동전을 날름날름 받아먹었다. 십 원을 먹으면 손톱만큼 자랐고, 오십 원을 먹으면 꼬리가 길어졌다. 백 원짜리를 삼킨 날에는 배가 풍선처럼 부풀었다. 동전이 떨어질 때마다 녀석의 눈은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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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